교수들도 줄줄이 떠나게 되는 흉부외과
10년 뒤 2023년부터 현실화, '빈 자리 과연 누가 메우나' 탄식 쏟아져
2013.04.15 20:00 댓글쓰기

[분석 하] 흉부외과 전문의 10명 중 7명 ‘39세~68세’

 

 

“일이 가중되다 보면 따로 점심을 챙길 시간도 없어요. 힘드니까 자느라고 못 먹죠.”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율이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흉부외과 의사들은 사실 10년 전부터 그 ‘낌새’를 알아차렸다.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흉부외과 전문의들의 연령대 분포가 바로미터다. 대한흉부외과학회 출생 년도별 회원 현황을 살펴보면 1956년~1965년생(49세~58세)이 전체 1308명 중 417명(31.8%)로 가장 많았다.

 

1966년~1975년생(39세~48세) 388명, 1976년~1985년생(29세~38세) 263명, 1946년~1955년생(59세~68세) 125명 순이었다. 반면, 1986년~1988년생(26세~28세)은 18명에 그쳤다.

 

이렇게 되면 ‘39세~68세’의 흉부외과 전문의가 930명으로 71.1%를 차지하게 된다. 이는 현재 흉부외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 이 연령대에 집중돼 있다는 의미다.

 

“20년 후 자리 메울 흉부외과 의사 없는 게 더 큰 문제”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일선 현장에서 물러났을 경우 과연 ‘명맥’을 이을 수 있느냐다.

 

65년 정년퇴직 예정자를 집계한 결과 앞으로 10년 후인 2023년부터는 줄줄이 흉부외과 현장을 떠날 전망인데 그 역할을 누가 할 수 있는가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생명 전선의 최전방을 사수하던 흉부외과는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윤리나 사명의식 보다는 개인의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젊은 의사들에게 이미 오래 전부터 흉부외과는 매력적이지 못하다. 아니 기피 대상이 돼 버렸다.

 

서울 A대학병원 흉부외과 한 교수는 “지금이야 40대 초중반부터 50대 초중반까지 주축을 이루고 있으나 이렇게 젊은 의사들이 줄어들고 있고 현재 흉부외과 전문의들이 퇴직하게 되는 시점에서는 공황 상태가 올 것이 뻔하지 않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흉부외과학회 집계에 따르면 2013년 퇴직 예정자는 10명인데 점차 늘어나 2018년부터는 평균 20명이 물러나고 10년 후인 2023년에는 평균 30명씩 은퇴할 것으로 예측된다. 2025년경에는 무려 55명으로 늘어나 2029년에는 60명이 떠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 B대학병원 흉부외과 한 교수는 “설마 더 나빠지기야 하겠냐면서 좋아질 일만 남았다던 위로가 이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10년 전에도, 아니 5년 전에도 범정부 차원의 대책은 말만 무성했지 사실 돌이켜 보면 상황은 더 악화됐다”고 토로했다.

 

서울 C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도 “위험 부담은 많은데 보상은 ‘형편없더라’는 것을 선배들을 보면서 몸소 체험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과거에는 열심히 노력해서 명예를 얻고 전문가로서의 명성을 얻는 것이 중요한 가치로 작용했으나 지금은 개인적인 삶의 질 향상에 무게중심이 옮겨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흉부외과는 병원에서도 애물단지?

 

여기에 흉부외과는 병원에서도 사실상 ‘애물단지’로 여겨진다는 점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각 병원마다 흉부외과 수술을 하면 할수록 적자를 보는 이유로 꼽는 것도 바로 의료수가 때문.

 

복지부 한 관계자는 “건강보험이 재편되면서 진찰료 중심으로 올랐고 수술료나 입원료의 인상률이 낮았다. 결국 수술이나 입원 환자 중심의 외과 계열에 대한 수가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설명했다.

 

개원 흉부외과 의사들의 고충은 이보다 훨씬 크고 깊다. 흉부외과는 타 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가 많이 필요한데다가 투자를 해놓아도 개인병원에서는 수술 등을 잘 안하려고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 동대문구 A병원장은 “병원의 재정을 고려하면 한 달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수술을 위해 인원을 갖추고 장비를 갖출 수 없다. 대학에 있을 때는 주로 큰 수술을 했지만 개원을 하고 나서는 인력 부족은 물론 수가상 그런 수술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의사 인력의 공급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료수가 현실화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이 정말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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