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 서비스 혁신을 일궈낸 삼성서울병원이 최근 화두로 부상 중인 'ESG 경영'과 관련해 화려한 수식어보다 작은 부분부터 실질적인 실행에 옮기며 타 병원의 모범사례를 구축하고 있다.
ESG 경영의 구체적 실행계획 및 방안이 여전히 난해한 활동으로 여겨지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병원계 분위기에서 단연 괄목할 행보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ESG 핵심 요소와 감성을 결합해 환자 만족감을 유도했다. 환경(Environment)에 감성(sensitivity)을 합쳐 환자 만족까지 동시에 이룬 것이다.
최근 삼성서울병원은 ESG 경영 일환으로 진행한 ‘SMC 에코 프로젝트 RE:BORN’가 목표 성과를 달성함에 따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프로젝트로 운영해나갈 방침이다.
거창한 ESG 경영 선포 등 곳곳에서 공염불이 목격되는 가운데 ESG 경영 디테일 효과 입증과 동시에 다수 병원에 경영 선례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각종 근무복과 이불, 시트 등은 반복적인 멸균 세탁 시 마모 및 손상이 발생해 사용이 어려웠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연간 약 3만 장 정도의 린넨(Linen)이 폐기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병원은 폐린넨을 모아 유기견 이불, 곰인형, 파우치로 재탄생시켰다. 이렇게 탄생한 결과물은 근무복 240벌로 곰 인형 410마리에게 입힐 옷과 파우치 400개로 탈바꿈했다.
리본베어 곰 인형은 소아청소년과 환자와 가족에게로, 파우치는 케어기버에게, 이불은 유기견 센터에 제공돼 갈 곳 잃은 유기견에게 따뜻함을 전하는 데 활용됐다.
케어기버(Caregiver)란 삼성서울병원에서 일하는 모든 구성원을 뜻하는 단어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로 최상의 치료 성과를 만드는 전문가로 양성한다.
특히 케어기버 활동에 리본베어는 환아와 친밀도를 향상하는 첨병 효과까지 거뒀다.
또 2022년 7월부터 시작된 '유기견 센터 이불 기부'도 ESG 경영 디테일 사례로 자리 잡았다. 삼성서울병원이 연간 폐기하는 이불류는 6t 가량으로 처치 곤란을 겪던 찰나에 방향성을 도출했다.
유기견은 빠르게 건강을 회복했고, 센터는 침구류 구매 비용을 절감해 동물복지 향상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병원과 센터 간 누구 하나 손해 없이 ESG 경영으로 이득을 취했다.
올해 시작된 키오스크(Kiosk) 기부도 감성 ESG 문화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직원증을 활용해 원내 직원식당에 위치한 키오스크에 1000원씩 자율 기부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모인 금액은 병원을 이용 중인 사회적약자 의료비 지원 등에 활용된다.
병원 관계자는 “RE:BORN 프로젝트는 환경 보호를 넘어 사회공헌 및 기부 활동으로 연계되며 선한 영향력을 배가하는 만큼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 발굴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솔선수범 Top-Down 효과 입증"
이 같은 삼성서울병원 행보는 최고위 경영진부터 ESG 참여에 관한 관심이 크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최근 보건산업진흥원 연구용역으로 발간된 '국민보건 향상을 위한 의료기관 ESG 활동모델 개발'에서는 ESG의 주요 실천 방안으로 TOP-DOWN 방식을 지목했다.
ESG 경영 출발은 최고 경영층이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다른 조직원들과 공유하는 ‘관리 혁신’으로 제시됐다.
즉 최고 경영층에서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조직이 ESG 경영을 도입해서 시작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삼성서울병원은 2021년 12월께 ESG 추진 구심점인 'ESG 위원회'를 발족해 유관기관 최상위 보직자 10명과 객관적 시각으로 개선점을 제공할 외부 위원 3명으로 구성했다.
결국 ESG가 병원 경영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을 예견하고 운영 전반에 녹여내는 작업을 실행한 셈이다.
한편, ESG 경영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일컫는다.
병원계도 동참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일반 기업과 다른 구조를 가진 탓에 적용 및 실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