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의사가 공공보건의료의사로서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통합돌봄)를 담당하려면 그에 걸맞는 '재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의료인력 배치 문제를 해결하고, 일차의료를 강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의료환경 변화에 따른 원로의사의 사회적 기여 방안'이란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제안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필수의료 인력의 지역적 불균형 해소를 위해 '의대 정원 증원'과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발의에 나서면서 그 대안으로 '은퇴의사 활용'이 제시됐다.
은퇴의사는 65세 이상 원로의사 포함 상근 의료직을 떠난 의사로 정의된다. 일례로 의대 교수로 정년퇴직한 경우 풍부한 임상경험과 업무 성취도를 보여 의료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 은퇴의사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의협이 2020년 전국 60세 이상 회원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만7358명 가운데 68.4%(2328명)가 '재취업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희망하는 근무 분야는 '일반 진료(55.8%)'가 가장 높았고, 봉사활동(15.9%), 건강검진(15.8%) 의학교육(3.8%) 등도 선호됐다.
은퇴 이후 보건소나 보건지소, 지방의료원, 지자체 의료원 등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싶다는 비율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으로 확인됐다.
응답자의 거주지가 수도권이 많아 희망근무지역에 '서울(22.7%)'이 많았지만, '지역은 상관없다'는 응답율도 16%였다. 재취업 시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길 의향에 대해 '그렇다'가 절반가량이었다.
이미 일본과 미국에서는 시니어 의사를 의료현장에 재투입하고 있다. 이와테현에선 은퇴 전문의를 최대 5년간 현립 병원의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시니어 닥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선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인한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사협회가 '시니어 의사'를 관리하고 필요 시 의료현장에 배치하고 있다.
65세 이상 의사들 그룹인 'Senior Physicians Section'을 운영하며, 국가적 재난사태에 의료인력으로서 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업무 가이드라인도 마련됐다.
일본과 미국처럼 국내에서도 은퇴의사를 의료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의료현장 재진입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정책연구소는 주장했다.
특히 재교육 프로그램은 커뮤니티 케어와 같은 일차의료 의사로서 역할을 수행하는데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의사인력은 '급성기 병원+일차의료+전문의'가 주축을 이루고 있으나, 은퇴의사는 '지역사회 지원+공중보건+가족·돌봄 제공'을 위한 의료 서비스를 맡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노인질환, 만성질환 중심 질병 지식과 술기 ▲최신 의료정보 취득 방법 및 비대면 진료 기술 ▲공공보건의료와 커뮤니티 케어 및 의사 윤리학적 관점 등이 공통으로 교육된다.
뿐만 아니라 각각의 공공보건의료기관 및 커뮤니티 케어 담당기관의 수요에 맞게 공공보건의료 서비스 내용도 포함된다.
우봉식 연구소장은 "대학병원 교수나 기초의학자는 커뮤니티 케어가 생소할 수 있기 때문에 의협이나 가정의학회, 노인의학회 등이 주도하는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교육을 통해 커뮤니티 케어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은퇴의사의 면허 갱신 및 관리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70세 이상 고령 의사에 대한 불안을 불식하고 신뢰를 높이기 위해선 신체적·정신적 질환과 관련된 면허신고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우봉식 연구소장은 "일본도 고령화로 인해 의사인력이 고령화되면서 신체적·정신적으로도 아직 일할 수 있는 원로의사들이 급성기 병원에서 정년을 맞은 후 회복기 또는 만성기 병원에서 의사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사례들을 참고해 원로의사들이 풍부한 임상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공공보건의료 분야는 물론 일차의료, 지역 중소병원 등에서 정년 후 활동하며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고 개인적으로도 건강한 노후를 누릴 수 있도록 조직적인 관리와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