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97점.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유방암 및 위암 적정성 평가 결과다.
심평원이 2017년 입원 진료분을 대상으로 전국 의료기관의 유방암과 위암 치료 적정성을 평가해 보니 1등급을 받은 기관이 86개에 달했다.
상급종합병원은 42개, 종합병원 44개가 해당한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거의 모든 기관이 1등급 평가를 받은 셈이다.
이들은 또 ▲서울권 27기관 ▲경기권 22기관 ▲경상관 18기관 ▲충청권 7기관 ▲전라권 6기관 ▲강원권 4기관 ▲제주권2기관 등으로 지역별 편차는 있지만 전국에 분포돼 있다.
평가지표별 결과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적정성 등 주요 영역에서 전 차수 대비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암의 경우 ‘유방전절제술 후 방사선치료 시행률’이 1차 평가 대비 13.2% 올랐고, 위암은 ‘수술 후 8주 이내 권고된 보조항암화학요법 실시율(StageⅡ~Ⅲ)’이 1차 평가 대비 7.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공개된 4대 암(대장암, 유방암, 폐암, 위암) 적정성 평가 결과에서도 전남대병원을 제외한 모든 상급종합병원이 1등급을 받았다.
종합점수가 95점 이상으로 좋은 평가결과를 보였다. 대장암(96.76점), 유방암(97.71점), 폐암(97.67점), 위암(97.29점) 등으로 집계됐다.
당시 심평원 측은 “4대 암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기관이 전국에 고루 분포된 것은 의료기관이 환자진료를 위해 인프라 구축에 힘쓴 결과”라고 밝혔다.
지나친 상향평준화로 변별력 저하 우려
하지만 이 수치를 긍정적인 측면에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적정성평가를 기획하고 결정하는 관문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평가조정위원회(이하 의평조) 또한 이 같은 내용을 검토한 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평조에 따르면 위원들은 대체적으로 4대 암 평가를 두고 천정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등급 자체가 급격히 상향조정된 까닭에 국민들이 병원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되기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표별 충족률이 높은 평가의 경우 이미 목표를 달성한 셈이기 때문에, 평균 점수를 높이는 데만 기여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의평조를 중심으로 학계는 특히 천정효과가 발생하고 있어 지표의 변별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므로 개선방안으로 ▲평가 지표 수 자체를 줄이는 방법 ▲연 단위에서 격년으로 평가 진행을 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의평조에 참여하고 있는 A 위원은 “그간 평가 과정이 있었기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평가를 없애기 보다는 격년주기로 하되 의료 질 향상을 위해 새로운 지표 개발이 필수적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위원은 “현 지표에서 일부 항목을 줄여도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면 ‘항목 줄이기’에 찬성한다. 평가를 없애기 보다는 보완작업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2년에 한번으로 평가 횟수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심평원도 5대 암 적정성 평가 모형을 전반적으로 개선했다.
2019년 평가부터 위암 평가지표는 19개에서 13개로, 유방암은 기존 20개 지표에서 11개만 추렸다. 대암장은 21개에서 13개로, 폐암은 22개에서 11개로 축소됐다.
구체적으로 위암 평가에서 ▲절제술 전 복부조영 CT 실시율 ▲절제술 전 병리조직 검사 실시율 ▲전신상태 평가 기록비율 ▲항암화학요법 전문의 암병기 기록률 ▲권고되지 않은 보조항암화학요법 실시율 ▲Flow sheet 사용률 등의 6개 지표를 적용하지 않는다.
유방암 평가는 ▲유방암 가족력 확인비율 ▲전신상태 평가 기록비율 ▲항암화약요법 기록비율 ▲방사선치료 기록 비율 ▲전문의 암 관련 정보 기록률 ▲감시림프절 생김 또는 액와림프절 절제술 시행률 ▲수술 후 8주 이내 보조요법 시행률 ▲보조내분비요법 시행률 ▲항구토제 투여환자 비율 등 9개 지표가 삭제된다.
대장암 평가에서는 ▲수술 전 통증 평가율 ▲암 관련 전문의 암병기 기록률 ▲장루관리 교육 시행률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지 않은 환자 비율 ▲항암화학요법 계획을 설명한 환자 비율 ▲Flow sheet 사용률 ▲항구토제 투여환자 비율 ▲항암화학요법·방사선치료 병용 시행률 등 8개 지표가 없어진다.
이와 함께 대장암 적정성 평가는 1등급 기준을 95점으로 올렸다.
폐암 평가는 ▲흡연력 기록비율 ▲전신상태 평가기록 비율 ▲치료 전 정밀검사 시행비율 ▲항암화학요법 환자 동의서 비율 ▲Flow sheet 사용률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지 않은 환자비율 ▲항구토제 투여환자 비율 ▲항암제 투여 시 부작용 평가비율 등을 포함한 11개 지표가 사라졌다.
90점 이상 1등급 기관이 95.5%를 달성한 위암 평가도 등급 기준이 구간별로 5점씩 상향될 방침이다.
또한 올해는 9000만원 규모의 ‘암 적정성 평가 개선방안 연구’에 착수했다. 심평원은 “현행 5대 암 평가는 수술환자만을 대상으로 평가하므로 대표성에 한계가 있고, 치료법이 다양화됨에 따라 진단부터 퇴원관리 등 진료경과에 따른 암환자 중심의 포괄평가가 필요하다”며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암 적정성 평가는 현재 대장암을 비롯해 유방암, 폐암, 위암, 간암 등 5대 암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현행 지표 평가결과 종합점수 평균이 95점 이상을 기록하는 등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는 현행 평가 지표가 거의 무의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심평원은 이미 지난 2018년 상향평준화를 기록한 평가지표를 40% 가까이 삭제하기도 했다.
더불어 올해는 다발생 암 등 1개 항목 이상의 새로운 평가 항목을 개발하고, 5대 암을 포함한 타 암 진료 통합평가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연구는 ▲현행 암 평가체계 분석 및 진단 ▲외국 암 평가체계 현황 분석 ▲개선방안 제시 등으로 기존 수술기반 평가방식에서 확장된 암 질환을 포괄할 수 있는 평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심평원 관계자는 “암 치료 전반에 대한 효율적 평가 모형 개발로 암 평가 개선 기반을 마련하고 평가 대상을 확대해 비평가영역을 포함한 암 진료의 포괄적 의료질 평가를 도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진료수준 최고·생존자수 최다
이처럼 지난 수년 동안 암 적정성 평가는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1등급을 받으면서 ‘적정한 평가’가 아니라는 지적을 당해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평가에서 삭제된 지표는 이미 의료기관별로 충분한 질 향상을 달성한 결과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등급 기준 점수가 상향 조정된 것은 우리나라 암 치료의 질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영향도 있다.
실제로 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장암, 위암 5년 순 생존율은 각각 72%, 7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OECD의 ‘2019 한눈에 보는 보건(Health at a Glance)’에 따르면 우리나라 암환자 5년 순 생존율은 대장암 71.8%, 직장암 71.1%, 위암 68.9%로 OECD 32개 회원국 중 1위이며 폐암은 25.1%로 3위다.
최근 5년간 국가 암 통계(2013∼2017년)에서도 갑상선암(100.1%), 전립선암(94.1%), 유방암(93.2%) 등은 생존율이 높았다. 간암(35.6%), 폐암(30.2%), 담낭 및 기타담도암(28.9%), 췌장암(12.2%)등은 낮다.
주요 암의 생존율 자체도 향상됐다. 위암 생존율은 76.5%로 12년 전과 비교해 18.5%p, 간암은 15.1%p, 폐암 13.7%p 올랐다.
복지부 측은 “국가 암관리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암 관련 데이터를 활용한 암데이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 난치성 암 등에 대한 진단 및 치료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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