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감염병 발생 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감염병 사망자 통계나 부검을 통한 관련 사실 판단 등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측면에서 매우 부족했다. 우리들이 자랑스럽게 평가하는 K방역이 과연 타당한지 재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김장한 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최근 대한의료법학회가 서울서부지검 등과 서울고등검찰청에서 공동 주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 'COVID-19 방역과 검시제도 고찰'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장한 교수는 “코로나19 사망률 통계는 이탈리나 11%, 중국 4% 등으로 높은 반면 독일 1%, 이스라엘 0.35%로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매우 낮은 치명율을 보이는 국가로 분류되는데 통계적 오류 문제가 아닌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치명률 계산을 위해서는 분모와 분자 산입이 필요한데 가장 큰 문제는 감염자를 계산하는 분모를 확정하는 방식”이라며 “이스라엘과 같이 역학 조사를 철저하게 시행하는 경우는 감염자로 파악되는 숫자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치명률이 낮은데 우리나라 역시 그렇기 때문에 치 낮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국내 화장 건수를 근거로 코로나19 사망률 통계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장한 교수는 “2022년 3월 1일부터 21일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화장 건수는 2만4696건으로 하루 평균 1176건으로 집계됐다”며 “2018년~2020년 3월 하루 평균 719건보다 457건이 더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기간 동안 공식적으로 발표된 코로나19 환자는 237건이므로 결국 코로나19를 제외하고 하루 약 200명 건의 비코로나사망이 추가 발생한 것인데 이 사망이 과연 코로나19와 무관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나라에 비해 초기 병리 부검 사례 보고 매우 늦는 등 소극적 부검”
김장한 교수는 국내 검시제도 역시 한계로 인해 초기 부검 사례 보고가 매우 늦어졌으며, 전체적으로 부검 기록을 발표하기가 어려운 정도로 건수 자체가 낮다고 비판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의하면 '질병관리청장은 국민 건강에 중대한 위협을 미칠 우려가 있는 감염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의심이 되어 시체를 해부하지 아니하고는 감염병 여부 진단과 사인 규명을 할 수 없다고 인정하면 그 시체 해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장한 교수는 “그러나 지난 수년간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방역조치로서 해부 명령이 얼마나 내려졌는지 통계 수치를 찾기 어렵다”며 “대중매체를 통해 파악되고 개별적으로 보고되는 사례들을 보면 사법 부검을 통해 코로나 감염, 의료사고, 백신 부작용 등을 판단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검시제도는 행정검시와 사법검시로 나뉘는데 행정검시는 변사자가 명백히 범죄에 기인한 경우가 아닐 때 이뤄지는 검시로 신원 확인, 전염병 예방, 시체 처리 등을 위해 시행된다. 사법검시는 범죄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 진행된다.
김 교수는 “법의관이나 검시관 제도를 갖고 있는 미국이나 영국 등은 코로나19 감염과 관련 해부 명령과 같은 행정 검시권을 발동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며 “반면 검찰, 경찰 수사권의 일부로서 사법 검시권을 우선하는 독일, 일본 등은 행정검시 필요성이 높았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은 병리, 법의학회를 중심으로 코로나 사체 부검을 초기부터 중시했던 데 비해 일본은 사무처리를 신중하게 하는 절차적 문제와 더불어 행정검시 수준이 낮았다”며 “우리나라 역시 사법 부검 위주의 조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특별하게 노력하지 않는다면 코로나 부검에서 행정 검시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사망자 부검은 주로 사법 검시 제도를 이용해 이뤄졌다.
김장한 교수는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초기 병리 부검 사례 보고가 매우 늦었고, 전체적으로 부검 기록을 발표하기가 어려운 정도로 건수 자체가 낮았다”며 “코로나 추기에 발표된 논문 중에 우리나라의 사례를 보고한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규모 감염병 발생 시 정책 적절성을 담보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감염과 관련된 사실 판단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측면에서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들이 자랑스럽게 평가하는 K방역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재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