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국내 암 사망률 1위인 폐암 환자의 61%가 유전자변이 검사를 받은 경험이 있지만 진단받은 변이에 대해 잘 모르거나 정작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암협회는 2월 4일 ‘세계 암의 날’을 맞아 국내 폐암 환자 28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폐암 진단·치료·지원 등에 대해 이뤄졌으며, 특히 유전자 변이 진단 측면에서 환자들의 관련 인지도가 저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폐암 진단 시 유전자 변이 검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 중 60%가 진단받은 변이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잘 안다’는 응답은 겨우 6%에 그쳤으며, 33%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유전자 변이 검사와 치료에 대한 기대 정도 역시 분석됐다. ‘유전자 변이 검사가 폐암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58%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각각 15%, 1%로 집계됐다. 나머지는 무응답이었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는 치료제 선택에 있어 다른 전망을 내놨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환자는 ‘치료 전략·치료제 선택에 도움이 돼서’ 84%, ‘내 폐암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어서’ 7% 등을 이유로 꼽았다.
반면 유전자 변이 검사가 폐암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나와도 현재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어서’라는 답변이 많았다.
경제적 접근성 개선에 대한 요구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점으로 응답자의 67%가 ‘실질적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치료비 경감 제도’를 꼽았다.
이어 ‘질환 치료에 대한 더 많은 정보 제공’ 50%, ‘의료진의 질적·양적 확충’ 46%, ‘정서적 측면의 돌봄 프로그램 강화’ 31% 등이 뒤를 이었다.
암협회 측은 “치료제가 없던 희귀 변이에서도 새로운 치료 옵션이 등장하고 있는 만큼 맞춤 치료를 위해 진단 과정에서 유전자 진단 검사를 받고 이 결과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암협회는 치료제의 경제적 접근성 등의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노동영 대한암협회 회장은 “폐암은 우리나라에서도 발생·사망률이 높은 만큼 세계 암의 날을 맞아 폐암 환자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 회장은 “암 치료의 점진적 발전으로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던 분야에서도 새로운 희망이 등장하고 있다”며 “환자들 스스로도 유전자 변이 검사 등을 통해 암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고 향후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