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가 혈당 조절기능을 개선하는 효과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팀(김원석 전문의, 최용훈 교수)은 최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거하는 치료를 통해 당화혈색소 수치를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 점막과 점액 사이에 기생하는 세균으로 위염이나 기능성 소화불량증, 소화성궤양, 악성 위점막 림프종 등을 일으킨다.
특히 전암성 병변인 위축성 위염 및 장상피화생 발생에 영향을 미쳐 위암 발병률을 크게 높인다.
이러한 헬리코박터균은 서식지인 위장에 악영향을 주는 것 외에도 전신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 생산과 분비를 촉진해 대사 질환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2019년 김나영 교수팀이 헬리코박터균 감염증과 복부비만, 고중성지방혈증, 낮은 HDL, 고혈압, 공복혈당장애 중 3개 이상이 동반된 상태의 위험도 관계를 규명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헬리코박터 제균 시 대표적 대사질환인 혈당 장애가 개선될 수 있는지를 밝히고자 했다.
이를 위해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혈당 변화를 최장 5년에 걸쳐 장기간 추적 관찰하고 이를 헬리코박터 음성 환자 및 비제균 환자군과 비교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혈당을 측정하는 지표로는 혈중 포도당의 평균치를 추산할 수 있는 ‘당화혈색소(HbA1c)’가 사용됐다.
그 결과, 제균 치료 환자군은 치료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당화혈색소가 유의하게 감소하며 혈당 조절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안 수치가 증가한 헬리코박터 음성 환자군이나 제균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군과는 반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연구팀은 제균 치료에 따른 당화혈색소 감소 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집단이 ‘65세 미만’ 및 ‘남성’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65세 이상에서는 노화로 인한 고혈압, 당뇨병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여성보다는 남성이 위암과 대사증후군에 취약하기 때문에 제균 치료의 이점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후 장기간에 걸친 혈당 변화를 분석한 연구가 드물었던 만큼 이번 연구는 향후 종합적인 치료 방안을 마련하는 데 핵심 근거가 될 전망이다.
김나영 교수는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는 위암을 비롯한 여러 위장 병변을 예방하고 위암수술 후 사망률을 낮추는 등 다양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65세 미만 대사 질환이 있는 남성이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헬리코박터 검사 및 제균 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향후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심부전, 관상동맥질환 등 심혈관계 질환 간의 연관성을 규명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내과학회지(The Korean Journal of Internal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