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소위 '코로나 블루'로 인한 정서질환 문제를 간과하지 말고 관찰 및 문진을 기반으로 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한국뇌연구원(KBRI)은 지난 25일 한국과학기술인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공동으로 한국과학기술인단체 총연합회 대회의실에서 ‘내일을 준비하는 뇌연구 공동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공동포럼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환경 속에서 다양한 정서 질환 양상을 진단하고, 미래 뇌 연구 방안 마련 등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 정립을 위해 마련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창궐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등 국내 우울 위험군이 크게 증가했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연구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우울 위험군은 2018년 3.8%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22.1%로 크게 증가했다”며 “비대면 약물 디지털 중독 위험이 높아지는 등 정서와 관련된 뇌 질환 문제에 대한 대책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로나 시대 정서장애 연구 중요성과 의의’를 주제로 발표한 안용민 서울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국민들의 정서 불안 수준이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 교수는 “현재 국민들은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 등의 정부 지침을 적극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다만 이러한 긍정적인 단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정서적 어려움이 누적될 시 최악의 우울 증상 유발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이 상황에 대한 대책을 세워놓지 않으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팬데믹 상황이 끝난 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인지기능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와 같은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팬데믹 이후에도 창궐 이전 세상으로 돌아가기엔 무리가 있어, 새로운 환경에 신체적·정서적 적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격리와 질병에 대한 불안증이 분명 남을 것”이라며 “특히 어린 유아들의 경우 정서적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차후 사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전자 발현 분석·뇌파 측정 등 대책 수립 시급”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각종 정서질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근거 기반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안용민 교수는 “정서질환자를 추적 관찰하고 이를 통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데 미국의 경우 전체인구의 1/100 정도인 400만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관찰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우리나라로 적용할 시 50만명 정도를 관찰하면 비슷한 수준의 연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효정 중앙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차세대 우울증 치료법’으로 뇌의 기능을 조절하는 유전자 발현 패턴을 분석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정상인과 환자 뇌에서 발현된 유전자 자료를 한데 모아놓고 발현의 움직임을 분석해 특정 유전자 기능을 밝혀내는 것이다.
강 교수는 “우울장애는 세계적으로 질병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매우 큰 질병이며, 정서·행동·인지·신체적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며 “생쥐의 뇌에서 표적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한 후 수행한 행동테스트 결과, 연구를 통해 발굴한 유전자 X의 과도한 발현은 우울한 행동과 인지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승환 인제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뇌파검사’를 통해 정신 질환 문제를 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스트레스는 뇌와 자율신경계에 많은 변화를 유도하기 때문에 뇌파만 측정해도 정서 평가 뿐 아니라 진단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정서질환에 대해 부족한 의지와 심약한 정서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며 “약 30분이 소요되는 출장 방식의 뇌파검사가 우울증 진단에 보조적으로 사용된다면 객관적과 신뢰성이 더해지고 합리적인 비용까지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원격진료와 인공지능(AI) 진단까지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