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내년부터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 및 전산화단층촬영장치(CT) 설치 시 의료기관이 상호 병상을 공동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이 폐지되면서 의료계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영상의학회 및 대한영상의학과의사회는 17일 "이번 특수의료장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 개정안은 환자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 영상의학과전문의 진료 전문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특수의료장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특수의료장비의 경우 시 지역에서는 200병상 이상인 의료기관만 설치할 수 있으며 군 지역에서는 100병상 이상만 가능하다.
200병상 미만인 기관이 특수의료장비를 설치하려면 다른 의료기관과 공동 활용할 수 있는데, 내년부터는 공동활용 규정이 폐지된다.
이에 특수의료장비를 신규로 구입하려는 소규모 의료기관들의 진입장벽이 높아질 전망이다.
앞서 대한개원의협의회도 "이번 개정안으로 소규모 의료기관의 특수의료장비 보유가 원천 봉쇄되고 진입장벽이 대폭 높아졌다"며 "이 같은 조치로 의료전달체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대한영상의학회는 "공동 활용병상 제도 하에서 음성적인 금전 거래 등의 문제는 공감하며 해법 모색에 학회도 노력하고 있었지만, 이번 개정안은 1차 의료기관에서 원칙적으로 신규 CT와 MRI 설치를 불가능케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학회는 "입원이 필요 없는 외래 기반 검사나 건강검진을 병상 수가 충족된 병원급 이상에서만 가능토록 하는 것은 환자가 진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의료서비스 편중과 접근성 제한이 유발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의원급 의료기관 및 소규모 중소병원은 영상검사를 150병상 이상 의료기관에 전원 및 회송해야 하는데 이는 1차 및 2, 3차 의료기관 경쟁력을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복지부는 올해 연말까지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고려해 특수의료장비 임시 설치 및 운용을 허용했을 뿐 개정안은 내년부터 예정대로 시행할 전망이다.
이에 학회는 "공동활용병상 기준은 폐지하더라도 다른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학회는 “공동 활용병상 기준 폐지에 동의하지만 이 기준을 대체해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MRI, CT 보유 의원을 개설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2~3인 이상인 경우 운영할 수 있는 영상의학센터 모델 혹은 의원급 의료기관 및 150병상 이하 병원이 MRI, CT 보유 의료기관을 ‘의사들만으로 이루어진 협동조합’에서 공동으로 설립할 수 있도록 허가해 줄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학회는 “1차의료기관에서 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하지 않고 그 지역 영상의학센터나 협동조합 장비를 이용해서 검사하고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진정한 공동활용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