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속 가짜뉴스 등 인포데믹 방지책 마련 시급'
의협, 20일 토론회 개최···의료계·미디어학계·언론계 해법 마련 시각차
2021.12.21 06:05 댓글쓰기
사진출처=대한의사협회 유튜브 캡처
[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최근 한 산부인과 전문의의 ‘백신 미생물 발언’으로 논란이 재점화된 가짜뉴스에 대해 전문가 집단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의료계와 미디어 학계, 언론계는 각각 시각차를 드러냈다. 
 
20일 대한의사협회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건강정보 인포데믹 문제점과 대응전략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가짜 뉴스 사태를 진단하고, 향후 개선 방안을 논의헀다.
 
인포데믹이란 정보(information)와 재난(epidemic) 합성어로 잘못된 정보나 악성 루머 등이 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는 현상을 뜻한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행 이후 인포데믹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날 의료계와 미디어 학계, 언론계 모두 인포데믹은 특히 전염병 상황에서 국민 생명을 해칠 수도 있는 위험 요인으로 규정하고,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쌓았다.
 
하지만 가짜뉴스 등 인포데믹 현상을 막기 위한 해결 방안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각자 전문영역 중요성을 조금 더 대변하는 모양새였다. 
 
의료계는 ‘근거 중심 의학’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의료인과 언론인들이 근거중심 의학에 관한 개념을 이해하고, 미디어 속 보건의료 정보에 대한 평가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연사로 나선 명승곤 의협 국민건강보호위원회 건강정보분과위원회 부위원장(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은 과거 탈리도마이드 사태와 신생아돌연사증후군 사태부터 최근 논란이 된 펜벤다졸 사태나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태 등을 예로 들면서 이들 모두 근거  중심 의학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명 부위원장은 “펜벤다졸 사태를 보면, 해외에서 조 티펜스라는 환자 사례가 유명세를 떨친 뒤 국내에서도 투병 중인 연예인이 복용하는 등 전국적으로 펜벤다졸 품귀 현상이 나왔다. 의협과 식약처는 이를 권장하지 않았지만, 기사가 쏟아지고 일부 의료인마저 권장하는 의견을 내면서 유행이 급속도로 번졌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당시 티펜스는 펜벤다졸은 체내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소량을 복용한 데다, 암이 제거되기 몇 달 전 표적치료제인 키트루다를 투여받았다. 치료제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을 고려하면 키트루다로 인해 암이 나았다고 보는 것이 과학적이다. 이는 결국 근거중심적 시각 없이 단순 사례로만 판단한 까닭에 발생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명 부위원장은 또 “심지어 코로나19 상황에서 일부 의료인마저도 판단 오류를 범하고 괴담을 퍼뜨리면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 또한 이를 언론인들이 여과 없이 전달하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 이제 TV 프로그램을 비롯해 신문, 도서 속 보건의료 정보에 대한 객관적 평가 도구를 도입해 정보를 검증 및 시정과 동시에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미디어 학계는 최근 SNS를 통해 잘못된 의료 정보가 퍼지고 있다면서 의료계 전문가가 SNS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본 연구실의 연구결과 시민들이 가짜뉴스를 믿게 되면 정부의 방역지침을 따르지 않지만 진짜 정보는 국민 인식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결국 잘못된 정보를 계속 방치하면 국민들의 인식이 잘못된 쪽으로만 흘러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체로 근거에 따라 사고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사람보다는 자신의 주관만을 믿는 사람, 그리고 참과 거짓이 정치적 이유로 결정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믿는 경향을 보였다”며 “의료계와 언론계가 나서서 국민이 과학적‧합리적‧분석적 사고를 행하고 미디어 리터러시(이해 능력)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특히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가짜뉴스가 늘어났다”며 “우려와 달리 해외 연구에 따르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이를 정리하고 해석해 줄 수 있는 의료계 의견에 대한 권위와 신뢰도는 올라갔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사회통합실태조사 및 시사인과 KBS가 공동주관한 설문 조사 등에 따르면 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모든 집단을 통틀어 압도적으로 높았다”며 “의료계 전문가가 나서서 SNS를 비롯해 미디어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아직 의료계 및 의료기관 SNS 참여도는 낮은 편이다. 더욱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언론계에서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주체에 대한 근절은 필요하지만, 가짜 뉴스를 믿게 되는 국민들의 심정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또한 의료계와 언론계가 상호 비판하거나 책임을 떠넘기기 보다는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의사 출신인 조동찬 한국과학기자협회 부회장(SBS 의학전문기자)은 “최근 기사 중 가장 뜨거운 기사가 ‘백신 맞으라’는 것이다. 한 의료인는 백신 부작용과 관련해 ‘백신 맞고 월경불순 생긴 것은 백신 맞고 교통사고 난것과 같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더 큰 불안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이런 감정 배려가 없는 전문가들 모습이 오히려 더 큰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가짜뉴스 주체는 처벌해야 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들을 처벌하거나 비난할 권리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심지어 근거중심 기사도 상황에 따라 가짜뉴스가 될 수 있다. 저를 포함해 상당수 기자들이 당시 의료계와 보건당국에 근거해 올해 접종 완료 80%를 달성하면 일상회복이 가능하다고 보도했지만, 현재로써는 이 기사들은 모두 가짜뉴스가 됐다”고 인정했다.
 
마지막으로 “기사 내 의료정보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검증을 받으라는 것은 바꿔 말하면 의료진에게 가이드라인을 줄테니 이대로 진료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면서 “의료계와 언론계가 서로 문제 의식를 공유하는 것은 좋지만, 양화가 악화를 구축하는 것처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