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수가 타령 아닌 정형외과 의사들 '답답함'
한해진기자
2022.04.05 20:3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수첩] “할수록 적자인 구조다. 그렇다 보니 아예 수술 건수를 제한하는 병원도 있다.”
 
최근 만난 대한정형외과학회 김명구 회장의 토로다. 경증으로 분류되는 수술을 하면 중증도가 줄어들고, 적자를 면키 어려우니 병원 입장에서는 수술을 만류시키고 있다는 충격적인 전언이었다.

비단 해당 사례뿐만 아니다. 지역 모 공공병원에서는 아예 수술하는 의사에게 ‘그렇게 열심히 수술 안 해도 된다’는 충고를 하며 눈치 아닌 눈치를 주고 있다.

수술은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기 때문에 외래진료만 하고 월급을 받아가는 게 병원에게 이익이 된다는 논리다.
 
그나마 ‘비급여로 살만하다’는 개원가의 사정 역시 별단 다르지 않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회장은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의사들의 자부심이 낮아지고 포기하는 후배들은 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 회장은 “비급여가 아니면 생존이 힘든 현실은 비정상이다. 정상화를 위해 수가를 올려야 하는 것”이라며 "정형외과 수익이 비급여에 의지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 입장에서 수가가 ‘시간 싸움’이 된 지 오래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환자 한 명을 살리기 위해 하루종일 매달리는 의사보다 시간당 수 십명씩 시술할 수 있는 의사가 수익이 많은 경우도 분명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형외과를 ‘돈 잘 버는 과’로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는 아니다. 의료정책의 퍼즐을 맞춰나갈 때 종종 이런 결과물이 도출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저수가의 어려움은 비단 정형외과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병원과 의사보다는 환자의 입장에 처할 경우가 더 많다는 점에서 ‘수술 싫어하는 의사’들이 늘어난다는 점이 걱정이다.

예방의학과 최소침습 효과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수술적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 교수들은 “요즘 친구들은 힘든 일을 싫어한다”고 입을 모은다. 맞는 말이기도, 틀린 말이기도 하다. 솔직히 힘든 일을 자청하는 의사는 과거에도 지금도 많지 않다. 그에 대한 보상과 보람이 괴로움을 이겨내는 원동력이다.
 
보건복지부가 진행하는 여러 사업 가운데 참가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것 중 하나는 외상·소아심장 분야 실습지원 사업이다.

외상‧소아심장 분야에 관심 있는 의과대학 학생에게 실습을 지원해, 임상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해당 분야 진로를 유도하는 목적으로 지난해 처음 시행됐다.
 
해당 사업의 성과보고회 자리에서 한 참가자는 “의대 입학 전부터 외상 분야를 희망하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아직 현실을 모른다’는 비웃음을 듣고 의기소침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번 실습은 제 결심을 단단하게 해 줬다”고 증언했다. 감동에 찬 그의 경험담은 듣는 사람들에게도 공감의 울림을 만들었다.
 
한 분과의 수가를 올려주면 다른 과가 ‘형평성 문제’를 들먹이며 반발하는 데 지친 정부는 최근 ‘가치평가’라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소위 그 치료가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가를 따져서 가산점을 준다는 것이다.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이 나올 수도 있는 평가기준이겠지만, 이제 가치와 정서의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형외과가 왜 계속 ‘행위료 인상’을 부르짖고 있는지, 부족한 수가 인상을 상쇄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은 무엇인지 논의하는 것이다. 환자를 위해서라도 “다른 과로 개원하고 싶다”는 의사가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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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2000
  • 내까 04.06 23:17
    배부른 소리하고 있다 ㅋ

    내까나할래???
  • 내까 04.06 23:17
    배부른 소리하고 있다 ㅋ

    내까나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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