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정부의 일방적 의료정책에 반발하는 의사들 투쟁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선배의사들의 행보가 시선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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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는 달리 의대생, 전공의 등 예비의사, 젊은의사들 위주로 투쟁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교수는 물론이거니와 병원 경영진, 교우회까지 나서 후배들을 독려하는 모습이다.
특히 고대의대 교우회의 경우 40개 의과대학 동창회 중에서는 처음으로 후배들을 위해 투쟁기금을 전달하기로 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다짐했다.
후배들을 위한 투쟁기금은 고대의대 교우회를 이끌고 있는 김숙희 회장(36회 졸업)의 긴급 제안으로 이뤄졌다.
김숙희 회장은 최근 교우회 임원들과의 단체 대화방에서 고대의료원 전공의 및 고대의대 학생들의 투쟁을 격려하기 위해 교우회 차원에서 기금을 전달하자고 제안했다.
피교육자 신분인 만큼 기성세대 대비 경제력이 여의치 못하다는 점에 착안해 선배들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주자는 취지였고, 임원진은 김 회장의 제안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이에 따라 고대의대 교우회는 고대의료원 전공의협의회 및 고대의대 학생협의회 측에 1000만원 규모의 군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김숙희 회장은 “작금의 상황은 비단 젊은의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선배의사들 역시 정부의 일방적 의료정책 추진 저지에 나서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선배로서 학문에 정진해야 할 후배들이 거리로 나서는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투쟁의 당위성을 적극 공감하고 있고, 선배들 역시 힘을 보탤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쟁기금 지원과 관련해서는 “더 많은 기금을 전달하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라며 “임원들 역시 후배들을 위한 마음에 뜻을 함께 해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고대의대 교우회가 처음으로 후배들의 투쟁기금 지원을 결정하면서 다른 의과대학 동창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대의료원은 또 다른 방식으로 후배들의 투쟁에 힘을 싣고 있다.
고대의료원 김영훈 의료원장과 고대안암병원 박종훈 원장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동조하는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 등 집행부에 반발해 임원직을 사퇴했다.
병협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훈 의료원장과, 의료협력위원장을 수행 중이던 박종훈 병원장의 잇단 사퇴 이후 사립대병원 원장들의 동참이 이어졌고, 병협 집행부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특히 김영훈 의료원장은 병협 이사회에서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협회 입장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고, 박종훈 병원장 역시 병협 집행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각을 세웠다.
박종훈 병원장은 “병협이 정부 편을 드는 모양새를 취할 이유가 없다. 의료인력이 부족하다고 했던 병원장들도 이런 식으로 늘리자고 한 게 아니다”라고 일침했다.
젊은의사들은 “그나마 병협 임원 중에 의료계 미래를 고민해 주는 분들이 있어 다행”이라며 이들의 행보에 공감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