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19 화두→지역사회 기반 '플랫폼 의료'
홍윤철 교수 “지역주민 건강상태, 의사들이 상시 파악하며 관리 필요”
2020.05.07 17:2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100일 동안 244명이 사망했습니다. 백신과 치료약제가 개발되는데는 최소 1년 이상이 걸린다고 합니다. 다음 신종 감염병 사태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 것입니다. 감염자가 발생하고 사망자가 나오고, 일 년 혹은 더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치료제가 만들어집니다.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미리 미리 ‘만반의 대응’이 갖춰져야 합니다. 도시 기반 의료관리체계인 ‘플랫폼 의료’는 그 정답이 될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정책자문위원이자 감염병 예방 전문가인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사진]는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나 “감염병 사태의 새로운 대응전략으로 도시 의료체계를 바꾸는 ‘플랫폼 의료’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플랫폼 의료 핵심은 그 지역 의료진이 지역민들의 건강상태를 상시 파악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홍 교수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감염병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에 감염자를 파악하는 것”이라며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면 의심증상 초기부터 의료진의 관리가 이뤄져 감염자가 무심코 전파하는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상을 느끼는 후 환자가 병원을 찾는 것보다는 의료기관이 선제적으로 환자의 이상상태를 파악하고 나서는 식으로 예방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 홍 교수의 이야기다.


그는 “전염병이 확산되는 것은 발원지를 파악하지 못해 대처가 늦어지기 때문”이라며 “만약 지역별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면 해당 지역의 ‘담당의사’ 차원에서 빠른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의료 기반 사회에선 ‘지역 주치의’들이 환자 상태를 전부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역학조사가 필요하지 않거나 소수 사례에서만 이뤄진다.


지역기반이 핵심인 플랫폼 의료는 동네 의료기관이 주도한다. 소단위 의료기관이 지역민들의 건강상태를 항상 살피면서 보다 긴밀하고 신속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


이처럼 비상사태에서 부족한 의료자원을 훨씬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홍 교수 주장이다.

"동네의원 중심 플랫폼 의료, 의료전달체계 개선 해법 제시"


그는 또 "동네 의료기관이 중심이 되는 플랫폼 의료가 대형병원 쏠림현상으로 대표되는 의료전달체계 문제에 해법이 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홍 교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선 동네병원들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춰 감염병 외 일반적인 질환을 앓을 때에도 큰 병원보다 동네 의료기관을 먼저 찾도록 해야 한다”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동네병원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안인데, 플랫폼 의료를 활용해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도입·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환자 건강상태를 상시 관리하는 것이 그 예다. 특히 만성질환자들의 경우 생활 속 관리가 중요한데, 특별한 증상 없이 매번 병의원을 방문하는 것이 꺼려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의사와 환자가 일상생활 속에서도 소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소단위 병원과 환자 간 진료를 통해 가능하다고 홍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다만 "원격의료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직접적인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모니터링을 통한 관리가 핵심이란 것이다.


그는 “원격의료 핵심은 1, 2차 의료기관을 배제하고 3차병원 의료와 환자를 직접 연결하는 개념이다”며 “의료기관 접근성이 떨어지는 환자들에게 비대면과 대면진료를 보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원격의료는 가벼운 질환에도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되는 의료붕괴 상황을 초래할 수 있어 개인적으론 반대 입장”이라고 말했다.

홍 윤철 교수는 그러면서 “동네의원에서 받을 수 있는 치료는 동네의원에서 받게 하자는 것이 플랫폼 의료의 취지”라고 덧붙였다.


물론 예상되는 어려움도 많다. 플랫폼 의료가 활성된 대표적인 국가는 에스토니아다. 그러나 우리나라와는 여건이 다르다. 인구 자체가 적을뿐만 아니라 인구당 의사 수는 더 많다.


한국의 인구당 의사수는 2.5명이다. 반면 에스토니아의 인구당 의사수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상위권인 3.5명이다.


홍 교수는 “구상하는 바와 같이 플랫폼의료가 활성화 되려면 의료체계가 말 그대로 재편돼야 한다”며 “의료기관의 역량 강화는 물론 국민들 인식과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해서 가능성을 차단해선 안 된다. 미래사회에서 효율적인 의료자원 분배를 위해 고민하고 시도할 수 있는 것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