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가 허용한 전화상담 및 처방이 원격의료 제도화의 시작이 아니냐는 의료계 우려가 커지면서 전공의들이 원격의료의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22일 ‘정부가 원하는 것은 인술인가 상술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시·청·타·촉 없는 원격의료 오진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환자라며 대면진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전협은 “코로나19 사태로 정부는 의료계와 합의 없이 일부 환자에 한해 원격의료를 시행하는 유권해석을 내렸다”며 “최근 정부의 원격의료 확대 사업은 의학의 기초이자 치료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원격의료 확대 사업을 통해 정부가 기대하는 것이 정말 환자들을 위한 ‘인술’인지, 아니면 미지의 산업기반을 위한 ‘상술’인지 묻는다”고 덧붙였다.
외과 전공의 A씨는 "기술이 발전하고 좋은 의료기기가 나와도 아직 의사 손과 경험이 수술 시기와 이로 인한 환자의 생명,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주장했다.
응급의학과 전공의 B씨도 환자 진료에 있어 의사의 시진, 청진, 타진, 촉진 등 일명 ‘시·청·타·촉’이 얼마나 중요한지 재차 강조했다.
B씨는 “전공의 수련 중 첫 번째 깨달음은 환자는 결코 모든 것을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며 “환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중에 의학적인 ‘키 포인트(key point)’가 존재하고 이는 환자를 직접 보지 않으면 찾아낼 수 없다. 시·청·타·촉은 진료의 기본이고 환자 건강권 보장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대전협은 원격의료가 오진과 더불어 부정적인 결과에 따른 책임 소재 또한 다른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B씨는 “원격, 비대면 진료로 제한된 환경에서 제한된 정보로 진료하게 되면 이에 따른 책임은 대면진료 시와 같을 수 없다”며 “아무런 준비 없는 정책에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 모두이다. 책임을 떠나 오진으로 인해 환자가 입는 고통을 다르지 않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대전협은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서 제한된 형태의 원격의료 시행을 언급하고 있지만 충분한 숙의 없이 시작하는 원격의료는 다음 빗장을 여는데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협은 "원격의료를 도입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진 이들만 살아남고 원격의료의 부작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여력조차 없는 의원들은 문을 닫을 것이다"며 "단순한 전화진료인 원격의료가 초대형병원과 일부 기업의 의료 독점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재난 징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가슴이 답답한 증상 하나에도 역류성 식도염과 만성폐쇄성폐질환 그리고 심근경색까지 감별해내는 것이 의사와 환자의 진찰 과정이다”며 “진찰 과정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전문가 말을 무시하고 원격의료를 시행했을 때 환자 안전에 문제가 되는 상황을 누가 책임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합병증이나 사고 발생 시 그 몫은 오롯이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의사에게 돌아간다”며 “그런 상황에서 이제 어떤 의사가 생명을 다루는 과를 선택해 환자를 보겠다고 할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