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의대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각 시도교육청에게 영재고등학교와 과학고등학교 재학생들의 의대 진학을 억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교육부는 최근 회의를 통해 과학기술인재를 양성하자는 영재고·과학고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한 일환으로 재학생들의 의대 쏠림을 억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이 같은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19일 “아직 구체적인 공문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교육부 차원에서 그런 내용의 회의가 이뤄졌다”며 “이는 교육부뿐만 아니라 교육청과 과학고 등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던 문제”라고 설명했다.
본래 영재고 및 과학고는 이공계인재 육성방안의 하나로 설립됐다. 과학고의 경우 연간 8억~15억, 영재고는 30억 가까운 지원금을 받는다. 그러나 점차 재학생들의 의대 진학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본래의 목적이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중이다.
실제로 교육부가 최근 5년간 영재고·과학고 졸업생들의 의학계열 진학비율을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전체 졸업생 1829명 중 8%인 154명이 의학계열로 진학했고, 특히 서울과학고의 경우 지난해는 20%가까운 학생이 의·치·한의대 등에 입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시 전문가들 또한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선호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취업난 등이 심화된 요즘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며 입을 모은다.
이미 일부 과학고는 이 같은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자체적인 입학전형 요강을 갖추고 있다.
서울과학고등학교와 대구과학고등학교의 경우 ‘본교는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과학영재학교로 의·치·약학계열 대학으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지원이 적합하지 않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서울과학고는 의대 등에 진학하는 경우 재학 중 받았던 장학금을 학교 측에 반납해야 한다. 경기과학고는 의학계열에 진학하려는 학생은 학교 추천서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특별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자 교육부 차원에서 영재·과학고의 의대 쏠림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의대 진학 시 ▲기존에 받았던 장학금 반납 ▲학교장 추천서 금지 ▲서약서 작성 등 기존에 마련됐던 방침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본래 학생선발은 전적으로 학교장의 권한이므로 교육당국이 강제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으나, 영재학교 등도 높은 의대 진학 비율이 학교 설립 취지를 퇴색한다는 비판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 좀 더 강력한 권고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의대 측은 점차 짙어지고 있는 선호 현상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의대 관계자는 “이공계열 쪽에서는 ‘우수한 인재는 다 의대가 빼간다’는 게 지론이다”라며 “산학협력 등에 함께 참여할 때도 이젠 연구비까지 가져가느냐는 둥 농담 섞인 말을 듣곤 할 때마다 의대에서 대신 연구 인재 양성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지 고민도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