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입시시장에 만연한 '의과대학 지상주의'에 대한 우려감이 높은 가운데 일선 고등학교들이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에 패널티를 부여키로 해 앞으로 추이가 주목된다.
조국 前 법무부장관 자녀의 의대 입시부정 논란 여파라는 분석과 함께 학생들의 진로 선택의 자유 침해라는 지적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오는 모습이다.
서울과학고등학교는 ‘2021학년도 선발제도 개선 및 이공계 진학지도 강화 방안’을 통해 2020년에 입학하는 신입생부터 의대에 지원하기만 해도 불이익을 주겠다고 2일 밝혔다.
의과대학에 원서만 제출해도 장학금 및 교육비를 환수하고 교내수상 실적을 취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과학고의 1인 당 교육비는 연간 500만원에 이른다. 서울과학고 재학생이 의대에 지원할 시 최소 1500만원의 교육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의학계열 진학 억제방안'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의대 진학 편중 현상에 기인한다.
실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22.8%의 서울과학고 재학생이 의대에 진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과학고 학생들의 평균 의대 진학율 3%와 영재학교 학생들의 의대 진학율 9%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서울과학고는 ‘의학계열 진학이 확정되면 재학 중 받은 장학금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기부할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입학생에게 쓰도록 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016년 영재고나 과학고가 재학생의 의대 진학을 억제할 수 있는 자체 방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 시도교육청에 보낸 바 있다.
자체 방안으로는 장학금 회수, 의대 진학 때 교장 추천서 써주지 않기, 입학 때 의대 진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쓰기 등이 예시로 제시됐다.
교육부가 이런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영재고나 과학고 학생들이 '과학기술인재 양성'이라는 학교 설립 취지와는 달리 의대로 진학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의 '2010∼2014 과학고·영재고 계열별 진학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과학고의 경우 5년간 17%가 의학계열로 진학했고 지난해에도 20% 가까운 학생이 의학계열에 진학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영재고나 과학고는 과학기술인재 육성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가진 학교"라며 "비록 강제성은 없지만 의대에 가고 싶은 학생은 과학고나 영재고가 적합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국어고등학교의 경우 의대 진학 억제책 효과가 발현되는 모습이다. 2016년에서 2019년까지의 외고 졸업생 중 의대에 진학한 경우는 1.8%에 불과했다.
전국 외고에서는 어문계열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2014년 신입생부터 이과반을 전면 폐지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외고에서도 졸업자 상당수가 의대나 이공계 대학으로 진학하면서 "외고가 어문계열 진학 보다 명문대 진학의 통로로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교육부는 2014년 외고 운영평가에 설립 목적에 맞는 진학지도와 교육과정 운영 여부를 반영했다.
더불어 5년의 성과평가 기한 내 이과반, 의대 준비반 등 부적절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경우 지정취소 처분까지 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