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노예' 신세 전공의…특별법 제정 촉구
김용익 의원, 주당 64시간·당직수당 명문화 등 법안공개
2015.03.12 20:00 댓글쓰기


수련환경 개선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공의 특별법 제정이 첫 발을 내딛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12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전공의 처우 및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입법공청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모았지만 이해 당사자의 협조 및 국가 지원 등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먼저 대전협 송명제 회장은 주당 100시간이 넘어가는 전공의 근무환경으로 인한 과로사 및 자살과 전공의 건강문제를 지적하며 수련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송 회장은 “전공의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며 “주 120시간을 근무하던 A 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 3년차 전공의는 심정지로 사망했고, 주 150시간을 근무하던 B 대학병원 내과 1년차 전공의는 자살했다”고 전했다.


이어 “환자보다 더 아픈 의사가 바로 전공의”라며 “대한민국 전공의들은 OECD 국가들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국가들보다도 못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정부는 수련환경 개선 전략만 수 십년 째 짜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송명제 회장은 과도한 업무시간과 병원이 전공의들을 무임금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는 ‘염전노예’에 비유하기도 했다.


송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도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사건이라고 언급했던 염전노예와 전공의들은 다르지 않다”고 호소했다.


마을주민들이 경찰에 염전노예를 신고하지 않듯이 일일 당직비 2만원(1시간 당 1700원)의 임금과 36시간 연속근무 초과 금지도 지켜지지 않는 환경에서도 전공의들 역시 부당함을 신고할 제도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환경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이 돌보는 환자는 안전할 수 없다”며 “더 이상 동료 전공의들을 잃지 않고 환자들을 살릴 수 있는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 같은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문제는 전공의들뿐만 아니라 의료계가 전반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이슈다.


의협 임인석 학술이사는 "전공의 제도는 1958년 인턴제 도입을 시작으로 56년의 역사를 가 지고 있지만 부분적인 변화를 제외하고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사람이 전공의 수련환경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개선안을 도출하고 있으나 국가 지원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수련의 질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공의특별법은 오로지 전공의들을 위한 법이 아니라 꼬여있는 실타래 같은 의료계에 산재돼 있는 문제를 푸는 첫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공개된 특별법, 구체적 기준 제시

한편, 이날 의협과 함께 공청회를 공동주관한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실은 발의예정인 ‘전공의의 수련 및 근로기준에 관한 특별법(가칭)’을 공개했다.


특별법에는 전공의의 처우 및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지원과 제도 개선, 전공의 인권보호와 적절한 교육을 위해 수련병원에 대한 평가 실시 및 법적·제도적 장치 등의 내용이 담겼다.


먼저 수련시간과 관련해서는 현재 주당 최대 88시간으로 제한한 것을 주당 최대 64시간으로 축소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기본적으로 주당 수련시간은 40시간이 넘지 않도록 하되 추가수련 등 교육을 목적으로 24시간까지 수련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기존에 의료계가 합의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8개 항목보다 축소된 근무시간 기준과 구체적인 조건들이 특별법에 명시됐다.


기존에 연속 수련시간 36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던 규정은 30시간으로 축소됐으며 당직수당 지급과 관련해서도 연장수련이나 야간, 휴일 수련 시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하도록 한다는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됐다.


특히 특별법에는 의료계가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전공의 수련비용에 대한 국가 지원 및 병협이 반대하고 있는 수련환경평가기구 설립 등의 내용도 포함돼 논란도 예상된다.


특별법 제10조는 ‘복지부장관으로 하여금 전공의수련환경평가기구를 설치 운영해야한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제19조는 ‘복지부장관이 전공의 수련에 필요한 비용을 수련기관에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용익 의원은 “전공의들의 잇단 파업과 미달사태, 수술실 사고 등, 이제 전공의 수련환경 개 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며 “이번 공청회를 거쳐 곧 국회에 제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공의특별법, 험난한 현실화

이 같이 특별법은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규정들을 담고 있지만 실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위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정작 전공의들 수련을 담당하는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가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며 이번 입법공청회에 불참하는 등 한계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병협은 앞서서도 특별법 내용 중 하나인 독립된 수련평가기구 설립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으며 이날 오전 국회를 방문해 병원계가 처한 어려움을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과 최동익 의원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병협은 “수련병원들이 지난해 4월부터 수련환경 개선 8개 항목을 추진하고 있다”며 “별도의 입법 추진은 전공의 교육을 ‘근로’에만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결코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수련시간 축소에 따른 대체인력 및 수련비용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는게 의료계의 공통된 지적이지만 정부가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지원 여부는 현재 결정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의료자원정책과 임을기 과장은 “정부도 추가 인력이나 비용 지원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비용부담은 국가 예산 혹은 건강보험 재정으로 충당돼야 하는데 여기에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련환경 변화에 따른 비용 조사에 한계가 있다”며 “실제 수련에 필요한 만큼 제대로 시간이 할당되는지, 어떤 부분을 전공의의 근무로 봐야하는지 등에 혼란이 있다“고 덧붙였다.


임 과장은 “이 같은 부분을 명확히 하기 위한 조사 툴을 만들고 있다”며 “정부가 해당 문제에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아니라 관련 단체들과 논의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이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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