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시간 제한 압박으로 수련병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가 특별법 제정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면서 기존에 합의된 주 80시간보다 감축된 주 64시간 수련시간 제한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한 특별법 제정 움직임에 따라 국회 등에서 독립된 수련평가기구 설립이 힘을 얻어가자 대한병원협회까지 나서 수련시간 제한 이행을 독촉하고 나선 상태다.
이 같은 분위기에 수련병원 원장들은 수련시간 제한에 따른 인력공백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 소재 A 수련병원 원장은 “선택진료제 폐지 등 병원경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련시간 제한까지 시행되면 너무 큰 타격”이라며 “수련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인력이 필요하고 결국 인건비에 따른 경영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대체 인력을 추가로 고용한다고 해도 그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지에 대해서도 아직 추산이 안 된다”며 “현재 전공의 수련시간 제한은 모든 수련병원들의 고민”이라고 전했다.
지방 소재 B병원 원장 역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비용부담을 병원에 미루고 있다”며 “결국 기준을 맞출 수 있는 건 대형병원, 재벌병원들밖에 없는데 앞으로 지방 중소병원들은 전공의를 받기 어려워 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병원장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수련시간 제한에 따른 추가인력 확보에 다른 병원들의 한탄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최근 개최된 서울시병원회 정기총회에서는 수련병원 반납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이날 한 대학병원 원장은 “현행과 같은 수련 근무조건, 수당 등으로는 트레이닝에도 문제가 예상된다. 병원 내부적으로 수련병원 지정을 반납하자는 의견이 모자이고 있다”라고 언급했으며 이 자리에 있던 참석자들 역시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급종합병원협의회 정기총회에서도 박상근 병협회장은 “수련환경에 회오리 바람이 불고 있다”며 “전공의들에게 노동자로서 권리를 찾아주는 것은 필요한 부분이지만 수련병원들 재정이 파탄 날 지경”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특히 전공의 대체인력으로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등 몇몇 병원들이 입원전담전문의인 ‘호스피탈리스트’ 모집에 나서며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병원장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의 내과 영역에서 시작된 호스피탈리스트에 대한 정체성과 수련병원들이 추가인력으로 고용할 경우 대우를 어떻게 할 것이며 현실적으로 충원이 가능하냐는 의문들이 이어졌다.
서울 소재 C 대학병원 원장은 “도대체 호스피탈리스트가 누구인지 되묻고 싶다. 결국 돈이 있어야 야간수당에 대한 대가를 치루고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A 수련병원 원장 역시 “호스피탈리스트에게 어떤 직함을 줘야할 것인지부터 시작해 과연 전문의 자격을 갖춘 의사들이 야간당직을 서는 업무만으로 만족하면서 일을 할 수 있을지 등이 고민”이라고 전했다.
C 대학병원 원장은 “수련환경 개선은 통합적으로 접근이 필요하다”며 “현실은 고려하지 않고 선제적으로 법령 제정만 한다면 의료공백이 발생할텐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