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환자 사망사건을 계기로 권역응급의료센터의 환자 전원 제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이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연말 중증응급환자는 해당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치료하되, 예외적인 경우만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는 응급환자 전원기준안을 발표했다.
결정적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재난상황으로 인한 의료자원 고갈 등을 예외로 뒀다. 다만 전원이 가능한 경우라도 응급처치를 통해 환자 상태가 안정화되고, 의사가 인정하는 경우에만 인정키로 했다.
지난 달에는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위원이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에 들어온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전원 기준을 명확히 규정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원 기준을 법적으로 명문화할 경우 더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A종합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전원금지는 단세포적인 발상이다. 응급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단순히 진료 역량 문제가 아니다. 전원이 불가피한 상황에 대한 뒷감당은 누구의 몫이냐”며 “전원이 가능한 병원을 신속히 알아보도록 해야지 한 병원에서 모든 걸 책임지라는 식의 논리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번 개정안은 ▲대동맥 박리 및 사지 절단 등 해당 센터 인력과 장비로는 치료할 수 없는 경우 ▲재난 상황으로 센터의 의료자원이 고갈된 경우 ▲환자 상태가 안정된 후 환자 및 보호자의 전원 요구가 있는 경우에만 전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환자의 개인적 의지에 의해 전원이 이뤄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B국립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응급실에 들어온 중증환자에 대한 전원 조정이 환자 사이에서 이뤄지는 경우도 다수”라며 “단순히 과밀화 문제 때문에 전원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의 전원 요구가 있더라도 응급처치를 통해 상태가 안정된 후에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의료현장에서는 그 치료조차 받지 않고 무조건 전원을 요구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고 덧붙였다.
병원들 간 의료인력, 시설 및 장비 등 모든 여건에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법에 의한 일률적 잣대를 드리우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C국립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학적으로 병원들 사정이 시시각각 다른 상황”이라며 “법으로 일률적인 제한을 한다는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많은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정확하게 짚어주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는 오히려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책임을 전가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