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질환으로 응급실 방문 시 진료비를 대폭 인상하는 등의 ‘응급실 제한 정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증환자 및 신속한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력 및 자원이 집중적으로 투입될 수 있어야 한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중증응급환자 전원 금지를 골자로 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원 제한으로 인한 진료권 침해가 우려될 뿐만 아니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예외 기준은 현실과 동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최근 “전북대병원에서 발생한 중증외상 소아환자 사망 사건은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응급치료 및 전원기준이 미비해 발생한 사건”이라며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중증응급환자를 전원할 수 있는 경우를 △대동맥 박리, 사지절단 등 해당 센터의 인력과 장비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 △재난상황으로 인한 해당 센터의 의료자원이 고갈된 경우 △적정한 응급조치를 통해 환자 상태가 안정된 후 환자 및 보호자의 전원 요구가 있는 경우 등으로 제한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전원 제한으로 인한 진료권 침해는 물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규제”라며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적절한 지원책 마련이 급선무”라고 난색을 표했다.
이 법안은 응급실 인력난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란 주장도 제기했다.
의협은 “응급실 과밀화 등을 지속적으로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며 “제2, 제3의 전북대병원 사례와 같은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 생명권 확보에 가장 밀접한 응급의료에 대해 국가 지원이 우선시돼야 함에도 의료기관과 환자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협에 따르면 현재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시설, 인력 장비로 내원한 모든 중증 응급환자를 처리할 수 있는 병원은 사실상 전무하다. 권역응급의료센터별로도 시설과 인력, 전문 분야에도 차이가 있다.
의협은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3가지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전원을 금지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오히려 환자가 본인의 상태에 맞는 적합한 진료를 받을 수 없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자 진료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환자의 중증도 판단, 적절한 치료에 대한 결정은 의사의 전문적인 진료영역이라는 점에서 더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의협은 “이를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의학적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응급상황을 단 3가지의 경우만을 예외로 둔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질병 특이성으로 전문성이 필요한 수술, 환자를 전원해 치료받는 게 환자의 예후에 유리한 경우 전원 치료를 환자 및 보호자가 원하는 경우 등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은 다양하다.
의협은 “특히 동일 질환 군이라도 전원을 해야 할 경우와 전원이 불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이 모든 상황을 법률로 규정한다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중증외상 소아환자 사망 사건과 같은 응급의료센터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기시간 단축과 신속한 진료를 위한 인력 및 장비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의협은 이어 “의료기관 간 전달체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며 “기관별 인력, 장비 등 전원에 관계된 모든 의료정보가 체계적으로 운영·관리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