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병역특례와 노벨상 수상 상관관계
2011.05.03 21:15 댓글쓰기
베트남전쟁 당시 병역특례를 받은 미국 의과대학 졸업생 집단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학계 리더로 성장한 사례가 특히 많았던 것으로 밝혀져 국내 의학계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범순 교수[사진]는 최근 미국의과대학협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아카데믹 메디슨(Academic Medicine)’ 4월호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베트남 전쟁과 의학연구 : 미국 의사 징병제도와 미국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ㆍNIH) 옐로베레의 알려지지 않은 유산’이란 제하로 실린 이번 논문에는 미국 의대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병역특례제도가 임상 관련 기초연구를 발전시키는 데 큰 몫을 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한국전쟁이 시작된 1950년부터 베트남전쟁이 끝난 1973년까지 징집된 수많은 의대 졸업생 가운데 매년 100여명을 특별 선발, NIH에서 의학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논문에 따르면 NIH에서 병역특례 연구원으로 복무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정교수로 승진하는 비율이 1.5배 높았다.

또 학과장으로 승진하는 비율은 2배, 학장이 된 비율은 3배나 차이가 났다.

특히 1985년에서 2007년 사이 기초의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50명 가운데 NIH 병역특례 연구원 출신이 9명이나 됐으며 같은 기간 국가과학자 수상자 76명 중 10명 역시 병역혜택을 받아 NIH에서 근무했었다.

이 같은 성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미국 의학연구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데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NIH 원장 9명 중 4명도 이들 중에서 임용됐다.

결과적으로 미국 의사징병제도는 기초과학과 임상연구의 간극을 좁히는 환경과 전통을 만드는 중요한 단초 역할을 했다고 논문은 평가하고 있다.

박 교수는 “한국에서도 의대 졸업생들에게 일종의 병역특례로 의과학 대학원 등에서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있지만 이러한 제도의 효과에 대한 연구와 함께 중개의학의 확대를 위한 정책개발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한국 병역법 가운데에는 일부 기초의학 전공자(생명과학분야)들에게 전문연구요원 등을 통해 연구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관련 시행령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복합학위 과정에서의 병역 혜택이 한정적이다 보니 학문의 연속성을 실현해내기가 사실상 힘든 환경이다.

박 교수는 “MD-PhD와 같은 제도는 미국의사징병제와 접점인 부분이 있다”면서 “안식년으로 미국에 온 의대 교수들을 보면 한국엔 학과 간 공동 연구 기회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또 중개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정책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법적근거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 혜택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효과 분석 연구 등이 국내에서도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국내에서도 이러한 집단의 사람들이 어떠한 커리어 패턴을 보이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 의대를 나와 연구 쪽에도 집중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해 요구되는 정책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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