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과 중국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배출을 아쉬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기초의학협의회 조양혁 회장(가톨릭의대 생리학교실)[사진]의 넋두리다.
조양혁 회장은 국내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못하는 현실의 근본적인 문제로 의과대학 교육은 물론 정부의 초중고등학교 교육 시책의 문제점을 꼽았다.
조 회장은 “우리나라 교육은 1+1은 2라는 것만 가르치지 이것을 왜 배워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할 기회는 주지 않는다”며 “의학 역시 생각하는 의사를 길러야 하는데 단순히 임상에서 활용되는 테크닉을 익히는 데만 주력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의사로서 술기를 익히는 것 역시 중요한 부분이지만 기본소양에 해당하는 기초의학 없이 술기만으로 의학 발전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조 회장은 “일각에서는 기초의학 없이도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이는 단단한 착각”이라며 “새로운 술기를 개발하고 응용해나가기 위해서는 기초의학이 탄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해외에서 들여온 새로운 술기들을 따라가기에만 급급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초의학 역시 국내에서도 연구 논문이 많이 나오고 있고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는 수준을 자랑하지만 왜 그 연구를 왜 했는지, 이것을 어디다 응용할 지에 대한 답은 없다”며 “자신이 전공하는 분야에 대해서도 그 가치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보니 혁신적인 연구를 못한다”고 덧붙였다.
“기초의학 교육 제도적 기반 마련하고 이를 의사국시에 포함시켜야”
생각하는 의사를 기르기 위해서는 의과대학에서부터 기초의학에 대한 탄탄한 교육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미약하다는 것이 조양혁 교수의 지적이다.
조 회장은 “의과대학에 들어와서 본과 1학년 기초의학 과목부터 강화시켜야 하는데 당장 기초의학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진 확보 등의 투자가 필요하다보니 반발이 만만치 않다”며 “의과대학 설립규정에도 기초의학 교육 및 연구를 담당할 인력 확보 등이 명시돼 있지 않다보니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이 의과대학 내에서의 기초의학 교육에 대한 정부의 최소한의 제도보장이 없다보니 대학 별로 기초의학 교육에 대한 질 차이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조 회장은 “지금은 의사 출신 기초이학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보니 신설 의과대학과 교수진을 갖추고 있는 대학과는 결국 수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며 ”기초의학에 대한 국내 전체 의과대학 수준을 상향평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것이 의사 국가시험에 기초의학을 포함시키는 것이지만 의학분야 내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당장 기초의학을 가르치기 위해 교원을 확보해야 하는 학교들이 반발하고 있고 교수진 역시 학생들이 기초의학 때문에 시험에서 떨어질 경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 의사가 되기 위한 시험 과목에 기초의학이 빠져있었다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제도를 변경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일차적으로는 기초의학 내부에서라도 의견을 한 곳으로 모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한 국내 의학은 짧은 기간에 의사들이 무단한 노력으로 임상의학 분야를 따라잡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기존의 수준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기초의학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