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근대적 도제식 전공의 시스템 타파 절실'
안덕선 부회장 '일본서 답습한 제도 고착-지식전달 위주 교육 변화돼야'
2016.11.12 05:03 댓글쓰기


의사양성 교육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답습된 채로 정체돼 있는 작금의 도제식 전공의 시스템을 타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1일 열린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KAMC) 학술대회에서 세계의학교육연합회 안덕선 부회장은 “혈연·지연 등 구조적 모순이 잔존해 있는 전근대적 전공의 교육 구조는 의학교육 국제화에 있어 상당한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안 부회장은 “과거 일본 제도를 흡수해 굳어진 소위 가족적 의국제도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외국은 전공의에게 의료제도를 이해시키고 거시적인 시각을 갖게 하는 교육에 집중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병원과 의대 간 교육이 분절돼 있고 시대착오적인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학적·기술적 집착의 좁은 시야를 벗지 못하면 의료제도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게 되고 의사들 간 협력·협동구조 또한 취약해진다”고 우려했다.
 

KAMC 이종태 교육이사도 “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의사 또한 요구되는 전문성이 달라질 것이다. 인공지능 의사 등의 출현으로 미래 의료환경이 굉장히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맞게 지식전달 위주 교육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육이사는 “향후 미래 의사는 조직화된 지식을 활용하는 진단추론 능력이 요구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무작위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순환실습이 제대로 된 절차를 갖출 수 있도록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앞으로 양성되는 의사들은 AI에 종속되는 것이 아닌 변화를 즐길 수 있는 입장이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 추론교육 및 의사소통교육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의대에서의 기초의학교육 확대와 임상경험 조기노출 등, 참가자들 사이에서 의학교육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뜻이 모아졌다.
 

이종태 교육이사는 “전통적인 임상 전 교육과 임상교육 구분이 없어진 만큼 의대에서 학생들을 저학년 때부터 외래 및 병동실습 등에 노출시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초의학을 졸업 때까지 꾸준히 배워 지식 유지 및 향상을 이뤄내고 이를 통해 의학 연구에 대한 탐구 동기를 북돋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편으론 현재의 시스템이 장기간 굳어져 온 것인 만큼 이를 타파할 때까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다.
 

안덕선 부회장은 “현 의대 예과+본과 시스템은 일본으로부터 답습된 것인데, 정작 일본은 이를 벗어나 융합형 커리큘럼으로의 발전을 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제자리”라며 “예과 무용론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를 바꿔보려는 움직임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학/석사 통합과정 등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교육부 등과 접촉하면 정책 당국은 큰 변화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개별 의대의 움직임으로는 힘들기 때문에 의과대학연합체 등의 협조가 필요한 문제다”라고 밝혔다.
 

KAMC 박헌주 국제이사는 “수많은 의사가 노벨상을 수상한 일본에 비하면 우리나라 임상의과학자는 100분의 1 수준이다. 그럼에도 ‘임상의가 무슨 연구를 하느냐’는 목소리가 종종 들려온다. 이런 생각이 바뀌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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