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에 한참 못미치는 당직 수당을 받은 전공의가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병원의 손을 들어주자 의료계가 개탄하는 모습이다.
최근 서울중앙법원은 전공의 A씨가 B병원을 상대로 낸 가산임금 지급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2011년 4월부터 2013년 3월까지 B병원의 전공의로 근무하면서 매월 평균 28일간 당직근무 수당으로 월 70만원을 지급받았다.
이 금액에는 시간외근로 수당, 야간근로 수당, 휴일근로 수당이 포함되지 않아서 근로기준법에 근거한 합당한 가산임금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A씨는 B병원에 1억1698만원을 요구했다.
법원은 B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당직근무는 통상근무보다 노동강도가 강하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재판부는 "B수련병원 전공의의 당직근무는 보조적·임시적 성격이 강하다"라고 판단했다.
또한 "당직 근무시간 중 병동이나 응급실에 상시 대기하지 않고 휴식, 수면 등 개인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다가 호출을 받는 경우에만 간헐적·단속적으로 짧은 시간 당직업무를 수행한다. 전체적으로 노동의 밀도가 낮은 대기성의 단속적 업무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이하 소청과의사회)는 21일 성명서를 발표, 이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이번 판결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합당한 가산 임금을 전면 부정한 것이며 약자인 전공의를 대상으로 당직 근무 동안 1700원 미만의 시급을 지급한 병원의 갑질과 위법행위를 정당화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이번 판결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부회장은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이번 판례를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당직비 소송은 법을 넘어 판사의 재량에 달려있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다. 판사 생각이나 기준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판례도 의사의 업무 강도를 정확히 알지 못한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회원들이 가장 많은 민원을 제기하는 것은 임금 부분"이라며 "협회가 법적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지만 어떤 자료를 모아야 하는지 어떻게 협상하는지 등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많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전공의의 임금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정부 기관과 대화를 늘리는 동시에 회원들에게는 더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당 병원은 "법원이 판결을 내린 사안에 병원이 언급할 부분은 없는 것 같다"라며 "진료과별로, 혹은 시기별, 상황별로 당직일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현재 수련중인 전체 전공의에 이 사례를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