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형 의사’ 양성을 기치로 한 학사와 석사 연계과정 개설이 핵심이다. 즉 의과대학 졸업시 의사면허와 함께 다른 분야 석사학위도 동시에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다만 새로운 교육개편은 서울대학교 내 다른 단과대학들과의 공조가 필수적이고, 전체 교수회의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실현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신찬수 서울의대 학장은
9일 서울대병원 출입 전문지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교육개편 계획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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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의학전문대학원을 제외한 의과대학 교육은 천편일률적으로 예과 2년에 본과 4년 등 총 6년의 학제로 이뤄진다.
의대 졸업 후에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게 통상적인 코스였다.
서울의대는 이러한 의학교육 통념을 넘어 과감한 시도를 계획 중이다. 다른 학문과의 연계를 통한 ‘융합형 의과학자’ 양성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세부적인 교육개편안을 살펴보면 학사와 석사를 통합한 7년 과정의 커리큘럼을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정규과정을 밟으면 8년이 걸리지만 이 커리큘럼에 들어가면 1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사실 이러한 교과과정은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이미 미국 등 외국 의과대학에서는 보편화 돼 있다는 게 신찬수 학장의 설명이다.
실제 스탠포드 의과대학의 경우 재학생 70% 이상이 중간에 다른 학문을 전공한다. 때문에 의대 졸업 시점도 학생들마다 차이가 난다.
더욱이 타 학문 전공자에 대해서는 레지던트 선발에 가점이 부여되는 구조이다 보니 의대생 대부분이 다른 학문을 공부한다.
듀크의대 역시 제도적으로 의대생들에게 MBA, 법학석사 등을 이수하도록 돼 있다. 융합형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셈이다.
신찬수 학장은 “사회가 복잡다난해지면서 융합형 인재를 필요로 하지만 의과대학 교과과정은 여전히 천편일률적”이라며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과과정 메뉴를 제공하려 한다”고 말했다.
학내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미 의과대학 주임교수들은 7년제 학석사 연계과정 개설에 동의했고, 의예과 신입생 설문조사에서도 135명 중 68%가 찬성했다.
다만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개념인 만큼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입학에서부터 이 과정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경우 의사수급 문제에 직결되는 만큼 일단은 정상적으로 의과대학 선발한 후 지원자를 받는 형식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예상으로는 서울의대 신입생 135명 중 10~15명 정도가 학석사 연계과정에 지원할 것으로 대학 측은 예상했다.
최종 개설 결정까지도 지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 기존 대학원들의 반발도 예상될 뿐만 아니라 본교 전체 교수회의도 통과해야 한다.
신찬수 학장은 “올해 하반기 전체 교수회의 통과를 목표로 준비해 나갈 것”이라며 “도입만 결정되면 즉각 실행이 가능한 만큼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융합형 의과학자 양성이 자리를 잡으면 10~20년 내에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의학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의대가 그 기틀을 마련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은 의학교 설립 120주년을 맞아 ‘선도적 의과학 연구와 실천적 지성의 전당’이라는 뉴비전을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