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대한당뇨병학회 보험이사를 지내는 동안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무려 5번이나 교체됐다. 보건의료 주무부서의 잦은 담당자 교체는 단타 위주의 정책이 쏟아져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다."
의료기관기능 재정립의 일환으로 복지부가 '대형병원 경증 외래환자 집중 완화' 대책을 추진했던 과정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당뇨병학회 박태선 보험법제이사는 10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1년 추계학술대회에서 "일련의 의료정책이 연속성 없이 추진되면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약국 본인부담률 차등 적용대상 52개 질환에 당뇨병을 포함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했다.
박태선 이사는 "당뇨병은 각종 중증 합병증에 노출될 수 있는 특성상 분명 경질환으로 분류될 수 없는데도 당뇨병학회 의견 수렴은 형식적으로만 이뤄진 채 일사천리로 제도가 시행됐다"고 성토했다.
주장에 따르면 실제 제도 시행 이후 환자들이 약값 부담으로 인한 합병증 관리 소홀로 당뇨병의 예후가 악화되고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이사는 특히 "복지부가 적용대상 질환을 행정예고 한 이후, 학회는 당뇨병이 경증질환으로 구분될 수 없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면서 "물론, 복지부가 학회측에 의견을 물어봤지만 이는 형식적 절차에 지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유관 학회 즉, 일선 현장에서의 전문가들을 직접 회의에 참석 가능하게 함으로써 예상 가능한 우려점들을 심각하게 검토했어야 했지만 복지부는 이미 결론을 지은 상태에서 심지어 옵저버 자격도 아닌 고작 발언 '기회'만을 준 것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영상의학회(영상장비 수가 인하), 병리학회(병리수가 인하) 등에 이은 이번 당뇨병학회 사례 역시 앞으로도 복지부와 의료계 간 관계 설정이 순탄치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박태선 이사는 "복지부와 의료계 간 논쟁은 사실상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그 누구보다 서로가 파트너십을 가지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 정책 공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당뇨병학회는 11일 학술대회 프로그램 중 open session을 통해 복지부, 건보공단, 심평원과 함께 '당뇨병 적정성 평가'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앞서 지난 4월, 심평원은 당뇨병을 주·부상병으로 요양급여비용 청구가 발생한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적정성 평가에 돌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평가기간은 2011년 외래진료분을 기준으로 1년 진료분이 모두 포함된다.
당시 심평원은 당뇨병 환자 관리의 질 향상과 건강보험의 급여 적정성을 도모하고자 당뇨병 적정성 평가 세부추진계획을 마련, 추진키로 한 것이다.
박 이사는 "당뇨병 적정성 평가 등 당뇨병을 둘러싼 정책은 우리나라 350만명에 이르는 환자들에게 직격탄이 된다"며 "제도를 수립하는 것이 복지부의 역할이라는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나 어떠한 방향이 당뇨병환자를 위한 바람직한 길인지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