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이 컸다. 외과 수가인상 정책이 시행된 지 3년을 훌쩍 넘었지만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고 결국 정부는 외과 전공의 정원을 대폭 회수해 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학회를 향한 비난의 화살은 비수와도 같았다. "지금의 외과 몰락은 정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학회의 소홀한 대응이 문제였다고…."
대한외과학회 신임 손수상 회장(계명대 동산병원)
[사진]은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사실 1977년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 정책이 시행된 이후 외과의 운명은 하루 아침에 바뀌었다"면서 "당시 보험수가가 처참하게 무너졌는데도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소홀했던 점은 나로서도 안타깝다"고 회고했다.
38년을 외과의사로 살았다. 그가 외과를 선택하던 시절, 외과의 인기는 그야말로 고공행진이었다. 경북의대를 졸업한 손 회장은 7:1의 경쟁률을 뚫고 외과의사의 길을 선택했을 정도다. 그랬기에 작금의 현실에 고개가 저절로 떨구어진다.
손수상 회장은 "최근 지인이 미국에서 맹장수술을 받게 됐다는 얘기를 하더라. 그런데 사흘동안 입원, 치료에 든 비용이 무려 1800만원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외과 회생을 기대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아쉬워했다.
'내외산소' 3개과 무너져…"인위적 회수, 결국 미봉책"전 국민 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된 이후 수가 체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판도 자체가 변한 것이다.
손 회장은 "담당 공무원의 자리가 너무 자주 바뀐다. 의학의 수레바퀴인 내과와 외과, 이 중 바퀴 하나가 빠진 것인데도 정책은 후퇴하고만 있다. '내외산소' 중 3개 진료과가 무너지고 있는데도 의사들만 떠들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특히 3년간 전공의를 불러들이지 못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외과 전공의 46명 회수한 정책에 대해 쓴 소리를 던졌다.
손수상 회장은 "수련 환경이 열악한 병원을 솎아낸다는 취지라면 모르겠으나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해서 징벌적으로, 인위적으로 줄여선 안 된다"며 "병원의 자율성에 맡겨줘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단 시간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만큼 정책 입안자인 복지부가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과 심도있는 논의를 하길 바라지만 여전히 간극이 크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궁여지책' 일변도 아쉬움현장에서 느끼는 허탈감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온다. 손수상 회장은 "언젠가 제자 한 명이 찾아왔는데 외과를 선택하고 싶으나 부모님의 반대가 너무 심해 결국 다른 과로 지원하겠다는 얘기를 전하더라. 순간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으나 어느 정도는 공감이 가는터라 그저 고개만 숙여지더라"고 말했다.
궁여지책성 정책 일변도가 나은 슬픈 자화상이라고도 표현했다. 그는 "전국 수련병원 외과에서는 상당 수의 과장들이 당직을 서고 있을 것이고 지방병원의 상황은 말로 표현하기 초라할 정도"라고 호소했다.
손수상 회장은 "앞으로 이렇게 되면 서울 빅4 병원에는 수술 환자가 넘쳐나 대기시간만해도 어마어마 하겠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방병원 외과에는 더욱 텅텅 비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각한 것은 너도나도 암센터 경쟁을 벌이며 이에 따른 수술도 늘어날 것이고 뿐만 아니라 외상환자, 응급환자도 증가하면서 외과의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시행착오 거친만큼 정부 스킨십 강화"그럼에도 손 회장은 "어려운 시기에 외과학회 회장을 맡게 됐다. 그만큼 이사장, 보험이사 등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시행착오를 경험한만큼 정부와 스킨십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외과 연구재단 설립으로 학회 활동에 있어 숨통이 트인만큼 분위기 쇄신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서 "무엇보다 젊은 의사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외과 살리기 대책 마련에 총력을 쏟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