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 의무시행을 둘러싼 의(醫)-정(政)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빅5 병원들이 시뮬레이션을 가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이들 병원의 시뮬레이션 결과, 현행 행위별수가 대비 포괄수가를 적용할 경우 큰 폭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와 우려감이 큰 상황이다.
4일 본지 확인결과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빅5 기관은 최근 포괄수가 의무시행에 대비해 가상 운영 시스템을 가동했다.
의무 시행이 예정돼 있는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 적용 결과 적잖은 손실이 발생, 각 병원별로 보정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일반 병·의원급 의료기관 대비 인건비나 각종 검사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정률화된 포괄수가로 인한 타격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정부가 마련한 포괄수가 개정안에는 의료기관 종별 차이를 감안, 일정 부분 수가 차등을 두고 있지만 현행 행위별 수가와 견줬을 때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다.
실제 정부가 제시한 포괄수가 개정안을 살펴보면 기존 자율적으로 운영되던 포괄수가 대비 2.7% 인상된 수치다. 여기에 야간 및 공휴일 가산분까지 반영하면 총 3.5% 인상률이다.
이를 의료기관 종류별로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은 110.2%, 종합병원 108.4%, 병원 104.5%, 의원 96.7%의 인상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빅5 병원들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종별가산을 적용하더라도 손실을 피할 수 없는 구조로 나타났다.
"중증도 따른 환자 세분화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적자 심화"
중증도에 따른 환자 세분화가 이뤄지지 않아 상급종합병원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할 것이란 자체 분석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정부가 이러한 부분을 감안 기존 61개였던 환자 분류 체계를 78개로 세분화 했지만 의료 현실을 반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체계라는 지적이다.
정부 역시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에서 주로 치료하는 소아백내장, 제왕절개 후 과다출혈로 자궁동맥색전술·풍선확장술 시행하는 경우 및 중환자실 이용 환자에 대해서는 이번 분류체계에서 개선치 못했음을 인정했다.
시뮬레이션에서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결과가 나옴에 따라 이들 병원은 각각 질병군에 적용할 진료행위 보정작업에 들어갔다.
만약 A라는 질병에 10개의 진료과정이 포함돼 있었다면 그 중에 2~3개 과정을 삭제하는 방식이다. 결국 의료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 될 수 있음이 방증된 셈이다.
빅5 병원 한 원장은 “포괄수가 시뮬레이션 결과 우려했던 것보다 더 큰 폭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진료과정 보정작업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해당 진료과에 보정작업 지시를 내려 놓은 상태”라며 “손해를 감수하면서 의료의 질을 유지할 수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다른 병원 관계자도 "내부적으로 상황을 정리해봤는데 예상보다 큰 손실이 나타나서 심각한 상황"이라고 소개하며 "보다 상세하게 후속 준비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오는 7월부터 의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백내장, 편도, 맹장, 치질, 탈장, 자궁적출, 제왕절개 등 7개 질환에 대한 포괄수가가 전면 의무 시행된다.
병원급 이상인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은 내년 7월 시행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