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행보 '의협 vs 병협' 상반된 결과
강온 대정부 관계 설정 후 이해득실 편차 커…향후 이슈 해결방식 주목
2012.07.02 20:00 댓글쓰기

의료계 양대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가 각각 다른 대정부관으로 인해 상반된 결과물을 도출하고 있어 주목된다.

 

강경책으로 일관한 의사협회의 경우 명분만을 좇다 실익을 챙기지 못하고 있는 반면 병원협회는 회유책을 통해 잇따라 알짜배기 성과를 거두는 모양새다.

 

특히 두 단체는 올해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수장이 취임하며 조직 운영 및 대외활동 등에서 자연스레 비교 대상이 됐지만 현재까지는 그 차이가 확연한 모습이다.

 

우선 지난 5월 “과거처럼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며 취임 일성을 밝힌 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의 경우 두 달이 지난 현재 대정부 관계에서 적잖은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노환규 회장은 의협 입성 전부터 ‘만성질환관리제 저지’를 강력히 주장했지만 이미 시행된 제도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의료분쟁조정법과 관련 손해배상대불금 지불 방식과 관련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까지 제출하며 거세게 저항했으나 법원은 의협이 아닌 중재원의 손을 들어줬다.

 

노 회장이 이끄는 의협의 대정부 강경책의 백미는 포괄수가제였다. 의협은 ‘의료의 질 저하’와 ‘의사들의 부담 가중’을 이유로 반발했다.

 

의협은 산부인과, 안과, 이비인후과, 외과 등 관련 진료과 단체들과 회동을 갖고 강경대응을 결의했고, 급기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까지 뛰쳐 나왔다.

 

특히 의사들의 마지막 카드인 ‘수술거부’를 결정하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피력,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지만 의협의 강경론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의협은 포괄수가제 의무시행 직전에 새누리당 대권 주자 중 한 명인 정몽준 의원을 대동, 대국민 설문결과에 따라 ‘수술거부’를 철회한다고 밝혀 의료계 내부에 적잖은 동요를 일으켰다.

 

정 의원으로부터 건정심 위원 구성방식 개선을 다짐 받았다고는 하지만 회원들에게 갑작스런 입장 선회에 대한 충분한 답변은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지난 2개월 동안 의협은 강경책으로 일관, 정부와 치열한 대립각을 세웠지만 정작 얻어낸 결과물은 전무하다. 복지부도 의협을 대하는 태도가 예년같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반면 ‘화합’을 기치로 내건 병원협회 김윤수 회장은 취임 이후 정부와 꾸준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적잖은 실익을 얻는데 성공했다.

 

가장 큰 소득은 영상장비 수가다. 지난해 수가인하에 불복, 소송 끝에 원점으로 돌려놨던 병협은 정부의 재인하 추진에 꼼짝없이 당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특히 소송에 대한 괘씸죄가 적용, 지난해 보다 더 큰 폭의 수가인하가 단행될 것이란 우려가 팽배했지만 병협은 끈질기게 복지부를 설득해 최저 인하율을 얻어냈다.

 

최종 확정된 수가인하율은 CT 15.5%, MRI 24%, PET 10.7% 등으로, 건보재정 절감액은 약 117억원. 이는 지난해 시행됐던 고시(1291억원) 대비 174억원이나 줄어든 수치다.

 

뿐만 아니라 병협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도 실익을 챙겼다. 물론 협상의 기술을 발휘한 덕(德)이었다.

 

이번 개정안에서 병원들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응급실 전문의 당직. 복지부는 전문의가 응급실에 상주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병원들은 비상호출체계 인정을 요구했다.

 

한편 ‘레지던트 3년차 이상 당직 전문의 포함’으로 전공의들의 저항에 부딪혔던 복지부는 이 조항을 삭제하는 조건으로 병원계에 비상호출체계 인정을 제안했고, 병협도 이를 받아 들였다.

 

병원들 입장에서는 당직 대상에 전공의를 제외시키는게 적잖은 부담이었지만 비상호출체계 인정을 위해 과감히 복지부 제안을 선택했다.

 

복지부와 협상을 진행하며 돈독한 관계를 맺어온 병협의 실익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병원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의사협회에 일임돼 있는 의료광고 심의 업무 중 병원 관련 부분을 병원협회에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병협은 지난달 열린 의약계발전협의체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건의했으며 복지부가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만약 병원들의 의료광고 심의 업무가 병협으로 이관될 경우 병협은 영상장비와 응급의료법에 이어 또 한 차례 대정부 회유책의 결실을 맺게 된다.

 

김윤수 회장은 "대화로 풀 수 없는 일은 없다"며 "정부와 무조건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는 태도로 임한다면 진심이 전달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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