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수가협상 과정에서 건강보험공단이 약사회에 제시한 부대조건이 '대체조제 20배 증가' 카드였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의료계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서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는 더더욱 이번 수가협상이 결렬됐다고 해도 건정심에 의협이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을 시사했다.
노환규 회장은 18일 대회원 서신을 통해 약사회가 2.9%라는 의약단체 최고의 수가인상률에 합의한 것과 관련, "이제 계약 파기 선언을 할 때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특히 노 회장은 "이는 명백히 의약분업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며 성분명 처방을 획책하는 행위"라면서 "어떻게 다른 곳도 아닌 건강보험공단에서 위법행위를 자행하는지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강력히 성토했다.
성분명 처방에 대해 극도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는 의협인만큼 대체조제 활성화 역시 강력 반대하고 있다.
노 회장은 "올해 수가협상의 현장은 여느 때처럼 참담했다"며 "정부가 미리 다음해 의료비 인상총액을 미리 결정해놓고 각 단체들이 이를 나눠 갖는 형식을 고수하면서 저마다 정부로부터 많은 인상분을 얻어내기 위해 눈치싸움과 경쟁을 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고 지적했다.
결국 대한의사협회와 치과의사협회가 건강보험공단측 제안을 수용하지 못해 결렬됐고 병원협회는 2.2%, 약사회는 2.9%, 한의사회는 2.6%의 인상안으로 협상이 타결됐다.
그러면서 노 회장은 "병원협회가 예년과 다르게 높은 폭의 인상안을 받아낸 것은 환영할 일이나 가장 높은 원가보존율을 보이고 있는 조제료가 또 다시 2.9%로 가장 큰 폭의 인상률로 결정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의협은 지난 2008년부터 도입된 유형별 수가계약의 취지에 맞춰 의원급의 특성과 제반 상황이 반영될 수 있도록 건강보험 통계자료를 근거로 적정 순위 및 수가 조정률을 제안해왔다.
노 회장은 "그러나 공단측은 의원 유형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신중한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낮은 수치를 제시하고는 그 근거 자료조차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로써 각종 편법과 불법의료행위 등 파행적인 의료행위는 더욱 심해질 것이며 진료 현장 역시 왜곡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나치게 낮은 진료수가가 의료의 질 하락을 초래, 저수가 정책은 국민이 나서서 반대해야 할 일이라고 짚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지난 10여년간의 통계만 살펴보더라도 진료수가 인상폭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노 회장은 "임금이나 소비자물가 인상률에 크게 못 미친 저수가 폐해는 해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이로 인해 다수의 의료기관들이 문을 닫고 보건의료인들도 저임금에 신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의협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조정안을 강제하는 잘못된 진료수가 협상의 틀을 깨뜨리고, 호혜의 원칙에 입각한 합리적 협상이 가능한 제도로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노환규 회장은 "진료현장에서 더 이상 왜곡된 의료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하고 의사들이 최소한의 자부심을 갖고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노 회장은 "낮은 진료수가를 강제하고, 성분명처방과 총액계약제 수용을 압박하는 정부의 강압적 횡포에 더 이상 뒤로 물러서지 않겠다"며 "부당한 요구를 거부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협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결과가 나온 후 지역 및 직역단체와 대응방안을 상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