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우여곡절 끝에 첫 협상 테이블에 앉아 의료발전협의회 제1차 회의를 열었지만 제대로된 논의한 번 진행하지 못한 채 무산돼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의협은 오후 9시 예정돼 있던 기자 브리핑도 돌연 취소했다.
22일 오후 6시부터 의협과 복지부 양측 협상단은 의료제도 개선과 건강보험 체계 등을 두고 논의하기 위해 공식 협상에 나섰다.
그러나 회의가 시작된 지 1시간 20여분이 흐른 시점, 의협측 협상단 임수흠 단장이 기자실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사실 이날 회의는 의정협의체의 공식적인 첫 협상이라 이목이 집중돼 있던 상태. 그러나 의협과 복지부 협상은 잠정 중단됐고 그 배경에는 노환규 회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비공식적인 수가 10% 인상 제안'이라고 발언한 내용이 복지부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여진다.
브리핑을 돌연 취소한 이유 역시 진전된 안을 도출하지 못한 것은 물론 협상이 채 진행되기도 전에 결국 노환규 회장의 인터뷰 보도가 협상 자체 변수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복지부의 주장대로라면 언론 인터뷰에서 노환규 회장이 자극할만한 내용을 언급한 것이고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 복지부가 이날 협상 자체를 거부한 셈이 된다.
의협 관계자는 "브리핑할 내용이 없다. 협상의 구체적 상황에 대해 언급할 수 없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을 아꼈다.
복지부 "의협 진정성 보여야 협상 가능"
한 언론은 정부가 의협에 비공식적으로 수가 인상(10%)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협상도중 이 내용을 확인한 복지부는 항의 차원에서 중도 퇴장했다.
수가 인상에 관해선 정확한 진실이 알려지지 않았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에서도 그 내용의 기사가 삭제됐다.
복지부는 의협 태도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 의료계가 신뢰를 회복할 만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언론플레이로 진정성에 의심을 품게 했다는 주장이다.
복지부 협상을 책임지는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은 현장에서 "의협이 확인되지도 않은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말한다. 대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봤다"고 퇴장 이유를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가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 정부가 올려준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라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정부는 진지한 태도로 협상에 임했다. 의료계도 이에 호응해줘야 한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추가 협상이 잘 이뤄질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1차 협상이 중단된 이후 그다음 회의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당초 2차 회의는 오는 29일경 세종시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정부와 의료계가 야심 차게 추진한 협의회가 첫 회의부터 어그러지면서 향후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복지부는 올해 상반기에 원격의료와 부대사업 확대 등을 위한 법 개정을 시사했다.
의료계 파업이라는 파국을 맞기 위해 출범한 협의회가 합의를 할지, 아니면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