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위기…수가폭탄 이어 전공의 비상
지원자 급감 의국 우려감 '팽배'…대형병원도 분위기 '흉흉'
2014.10.27 20:00 댓글쓰기

내과가 심상찮다. 정부의 수가개편이 진료현장에 직격탄을 날린데 이어 전공의 수급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일명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중 유일하게 전공의 수급 걱정이 없었던 내과였던 만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내과의 전공의 수급 비상은 대형병원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물론 아직 공식적인 전공의 모집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각 의국별 ‘Arrange’ 상황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Arrang'는 대형병원 의국 등에서 임의적 기준에 의해 전공의를 선발하는 제도로, 현행 규정상 금지돼 있지만 오래 전부터 유지되고 있는 의료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자 관행이다.

 

통상적으로 예년 이맘 때면 내과의 경우 이 제도를 통해 이미 정원을 채우고도 남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서울 소재 A대학병원 내과의 경우 지원자가 없어 의국에 비상이 걸렸다. 지방에 분원까지 갖추고 있는 만큼 지원자가 넘쳤던 예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인천 B대학병원 역시 올해 과를 선택하겠다고 손을 든 인턴이 없어 고민에 빠졌다. 외부 지원자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현재 분위기에서는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을 것이란 우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대학병원 내과 교수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대학병원 내과 과장은 “이런 분위기라면 사상 첫 미달 사태도 각오해야 한다”며 “내과도 교수가 당직을 서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D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요즘 의대생이나 인턴들은 진로를 정함에 있어 정부의 정책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며 “작금의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실제 내과 전공의 수급 비상은 일련의 정부 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선택진료제 축소에 따른 보상기전이다. 정부는 선택진료비를 축소하는 대신 고도 중증환자 위주의 보상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수가체계 개편이 외과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내과는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 역시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위기에 처한 외과를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 방향이라는 논리였다.

 

여기에 최근 보건복지부가 스텐트 시술과 관련한 급여기준을 개선하면서 내과에 또 한번의 충격파를 던졌다.

 

정부는 중증 관상동맥질환자의 경우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전문의 협진을 의무화 시켰다. 스텐트 시술에 독자적 선택권을 갖고 있던 심장내과 측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이처럼 잇따라 내과에 불리한 정책이 이어지면서 전공의들이 진로 선택에 있어 내과를 기피하는 현상을 초래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E대학병원 교육수련부장은 “내과 지원자 기근은 갑작스런 현상으로, 최근 발표된 수가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내과 의국 분위기가 흉흉하다”고 전했다.

 

F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이제 내과도 기피과에 포함되는 양상”이라며 “건강보험체계 하에서 정부가 냉대하는 진료과를 포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푸념했다.

 

한편 2015년 레지던트 모집은 오는 12월 1일부터 3일까지 원서접수를 받고, 14일 필기시험을 거쳐 18일 합격자 발표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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