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Big Data)' 열풍이다. 얼마 전까지 절대적 존재감을 과시하던 '소셜(Social)'이란 단어도 이 빅데이터에 화두 자리를 내줬다. ‘빅데이터’란 과거에 저장하지 않거나 저장하더라도 분석하지 않고 폐기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말한다. 막대한 정보를 해석해 여러 분야에 활용토록 한다는 개념이다. 빅 데이터는 작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90% 넘는 적중률을 보이며 전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기업은 물론 정부, 과학, 국방 등 모든 분야에 거쳐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그렇다면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에도 이 빅데이터의 개념을 도입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미국 버지니아공대 문성기 교수에게 그 가능성을 물었다.
의료 빅데이터에 대한 문성기 교수의 어조는 확신이 가득했다. 질병 정복과 인류 건강증진의 핵심이라는 평가도 내렸다.
그에 따르면 의료 빅데이터는 진료정보의 분석 및 재가공을 통해 보다 정확한 진단과 진일보된 치료법을 찾을 수 있고, 나아가 의료기관에게는 경영분석도 가능케 해준다.
때문에 의료진은 물론 병원계 종사자 모두 이 분야에 주목해야 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활용도를 극대화시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성기 교수는 모국인 한국의 의료 빅데이터 활용 수준에 대해 가능성과 한계점을 동시에 제시했다.
우선 우리나라 의료정보 하드웨어 수준에서는 높은 점수를 줬다. IT강국답게 의료 분야에서도 전산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빅데이터 활용에 용이한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국내 의료정보 하드웨어가 국제 경쟁력까지 보유한 것은 아니라고 일침했다. 각 병원 마다 EMR 등이 구축돼 있음에도 호환성이 부족한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했다.
국내 대형병원들이 EMR 구축시 각자의 입맛에 맞는 시스템 개발을 요구, 동일업체가 구축한 시스템이라도 각 병원마다 상이한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문성기 교수는 “빅데이터의 핵심은 ‘공개와 공유’이지만 현재 한국 의료정보의 특성은 병원별로 쌓아놓은 성과 같다”고 말했다.
의료기관 간 동일 질병에 대한 데이터를 취합,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려해도 접근이 어려운 탓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문성기 교수는 시스템의 비호환성과 함께 의료진 간 정보 폐쇄성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했다.
그는 “한국 의료계는 공동․협력 문화가 부족한 것 같다”며 “의사들의 정보 폐쇄성은 심지어 동일 병원 내 진료과들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유하지 않는 정보는 가치가 없다”며 “한국 의사들이 빅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보의 폐쇄성부터 허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성기 교수는 1998년부터 10년 간 미국 조지타운대학 의료정보연구소인 Imaging Science and Information(ISIS) 센터의 디렉터를 역임한 전자의료기록 분야의 권위자다.
특히 미국 국방부와 재향군병원 지원으로 1300개 병원의 정보효관 프로그램을 개발한 바 있으며 현재 버지니아 공과대학 교수로 재임중이다.
문성기 교수는 지난 3월 신설된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정보학교실 초빙교수로 영입되며 국내 의료정보 분야에 훈수를 시작했다.
가톨릭의대 의료정보학교실이 처음 개최하는 국제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최근 내한했으며, 지난 9일 행사에 연자로 나서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의료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설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