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기준을 초과한 원외처방약제비 소송을 두고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병원 간 상이한 책임비율로 재판의 불공정성이 도마위에 오른 가운데 항소액 중 20%만을 돌려받은 병원 중 대부분이 판결에 불복, 상고를 제기해 추이가 주목된다.
사법부가 공단-병원 간 책임비율 산정에 있어 차츰 병원 측 논리를 수용하면서 진료비 환수 전의 저울추가 공단에서 병원쪽으로 기우는 양상인데다 쟁점이 동일한 만큼 대법원에서 병원측 승소액을 높일 수 있다는게 의료계의 기대다.
원외처방약제비 항소심에서 20% 승소한 병원들은 "타 병원이 50%를 인정받아 항소액 상당수를 되돌려받았는데 이 같은 선(先) 판례를 근거로 상고를 진행해 더 높은 승소비율을 인정받겠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히 가장 최근 판결인 순천향대병원 약제비 소송의 경우(10월 2일) 50% 승소에도 항소금액인 9억5000여 만원 전액을 되돌려받게 돼 병원들은 고무된 모습이다.
기존 병원 책임 100%에서 절반 책임으로 소송 판도가 뒤집히자 일각에서는 "4년 넘게 진행해온 원외처방약제비 소송에서 사법부가 드디어 병원의 억울함을 인정하고 있다"는 시선도 제기된다.
20% 승소 7곳 중 5곳 대법원行
원외처방약제비 소송을 제기한 병원은 의원과 대학병원 등을 모두 합쳐 50곳이며 대법원이 공단 책임을 인정한 뒤 고등법원 재판부 판결을 받아 든 병원은 총 9곳이다.
이 중 백제병원과 순천향대병원 2곳은 50% 승소를 선고받았고 고대, 경희, 이대, 강북삼성, 성애, 차병원, 백병원 7곳은 20% 승소가 결정됐다.
상대적으로 약소한 20% 승소 비율을 인정받은 병원 중 삼성서울병원과 백병원을 제외한 5곳은 행정력 소모와 만만찮은 소송비용에도 다시 한 번 사건을 대법원에 올려보냈다. 오락가락하는 법원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아래 표]
고려대병원과 경희대병원 관계자들은 "50% 승소가 확정된 병원들이 있으므로 대법원에서 원외처방의 타당성을 놓고 충분히 다퉈볼 만 하다"고 밝힌 바 있다.
차병원 법무팀 관계자는 "재판부마다 크게 다른 수준의 병원 책임 비율을 상이하게 내 놓고 있어 혼란스럽다"며 "같은 약제비 사건에서 다른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병원으로서는 소송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성애병원 법무팀 관계자도 "50% 승소한 병원이 두 곳이나 있는데 어째서 우리만 항소액 중 20%만 되돌려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병원협회와 논의해 소송을 진행해 왔으며 순천향대 병원처럼 항소액인 3억여원을 모두 돌려받는게 목표"라고 피력했다.
더이상의 소송을 진행하지 않는 인제대백병원과 삼성병원은 "20% 승소는 병원으로서는 아쉬움이 많은 판결이지만 더이상의 상고는 소모적이라는 내부 입장에 따라 여기서 사건을 종결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 공정성 하락, 의료계 혼란 야기"
50개 병원 대다수의 진료비 소송을 진행 중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격차 큰 판결로 인한 재판부 공신력이 하락했으며 원외처방약제비가 공론의 장(場)에서 논의돼 국가와 의료계, 국민이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게 됐다"고 피력했다.
현 변호사는 "약제비 사건의 경우 병원별로 차이가 없는데도 병원:공단의 책임분담비율이 8:2, 5:5로 크게 갈린다는 것은 법원판단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질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의사의 최선 진료권을 놓고 재판부 간 가치관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양한 재판부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는 자체가 사건이 매우 복잡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사법부가 병원 100% 책임의 입장을 깨고 타당성 있는 원외처방 20%, 50% 인정한 것은 혼란스럽긴 하지만 재판부도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 진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으로서는 억울한 면이 있다. 환자의 요구에 따라 처방한 부분도 있는데 요양급여기준을 명확하게 잘 만드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냐는 입장도 사회적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형인 진료비 소송은 향후 원외처방과 관련한 입법이 있을 때 이에 반영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오는 10월과 11월에는 아산병원, 중앙대병원, 가톨릭성모병원, 을지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등의 원외처방약제비 소송이 최종 선고되는 만큼 법원 판결에 의료계와 공단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