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의사 안철수
, 앞으로 그의 정치 행보는 어떻게 될 것인가
? ‘야권 단일화를 통한 정권심판
’을 외치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패배하며 그의 정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앞서 치러진 대선
, 총선
, 지방선거에서 실패를 거듭하며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그의 정치인생에 중차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 결과적으로 전환점을 모색하려던 구상은 물거품이 됐다
.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의 판을 깔았고
, 깨끗한 승복으로 또 다른 정치적 도약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이 잇따르면서 다시금
‘안철수 신드롬
’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
식지 않은 신드롬 확인이 더 큰 성과
안철수 대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2011년 가을 태풍을 몰고 정치권에 등장했다. 노무현 정권 몰락 이후 보수 초강세 국면이었던 대한민국 정치판은 그의 출현으로 크게 출렁였다.
의사이자 존경받는 벤처사업가로 잘 나가던 그는 공중파 방송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계기로 인기가 폭발하면서 정치권에 입문했다.
하지만 ‘안철수 신드롬’은 박원순 후보에게 따 놓은 당상이었던 서울시장 자리를 양보하고, 대통령 선거에서는 문재인 후보에게 자리를 내주며 퇴색되기 시작했다.
이후 정치인생의 고행은 시작됐다. 물론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 돌풍’을 일으키며 건재함을 과시하는 듯 했지만 이후 각종 선거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며 힘겨운 세월을 보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의 정치인생 시험대였다는 점에서 출마 선언과 동시에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여론은 대선 후보의 시장 출마에 의아함을 표하면서도 여당의 실정(失政)을 심판해야 한다는 안철수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이번에도 단일화 벽을 넘지 못하며 ‘화려한 복귀’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분위기는 부정 보다는 긍정 기류가 형성되는 모습이 또렷하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안철수 후보로 인해 단일화가 성사될 수 있었다. 그가 진정한 승자다. 선거 이후 야권 혁신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했다.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도 “안철수는 국민들에게 새희망의 촛불을 켜드린 진정한 승리자”라고 치켜 세웠다.
전여옥 전 국민의힘 의원은 “안철수 대표는 야권 단일화의 가장 큰 공로자”라며 “국민의힘 당대표에 도전해 달라. 이제 본격적인 정당정치를 해달라”고 말했다.
안철수 대표는 “새롭게 옷깃을 여미겠다. 신발 끈도 고쳐 매겠다”며 “시대와 국민이 주신 소임을 다해나갈 것을 약속드린다”며 구김 없는 정치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서울시 연립정부, 권력 분담 시험대
당장 관심은 ‘연정(聯政)’에 모아진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만큼 당초 예고됐던 ‘서울시 공동운영론’에 이목이 집중된다.
연립정부를 구성해 서울시를 함께 이끌어가는 방안은 단일화 초기부터 화두였다. 지지층 결속을 위해서는 승자독식이 아니라 승자와 패자가 권력을 분담토록 한다는 전략이었다.
단일화에 승리한 오세훈 후보는 ‘독일식 연정’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식 연정은 통상 여소야대 구도에서 야권이 참여하는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의석수에 비례해 내각을 배분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국내 정치 실정을 감안하면 완벽한 독일식 보다는 더 높은 수준의 정책 연대를 지향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폭넓은 인사 교류도 하나의 방안으로 거론된다. 안철수 대표 역시 인사에서의 확실한 지분을 원하고 있다. 균등한 인사 분배는 그야말로 ‘서울시 공동운영’을 위한 출발점이라는 입장이다.
부시장 등 핵심 정부직 인사를 양쪽에 배분함으로써 공동 시정의 틀을 갖추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내 정치에서 연정의 역사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1997년 김대중-김종필의 ‘DJP 연합’은 정권 창출을 이뤄낸 점에서는 성공 사례지만 ‘공동정부’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성사됐다가 선거를 하루 앞두고 파국을 맞기도 했다. 당시 정몽준 후보는 “공동정부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광역시도 차원에서는 2014년 남경필 경기지사가 연정 실험에 나선 전례가 있다. 부지사 같은 자리만 준게 아니라 인사 정책 예산 등의 권한을 민주당 측과 상당 부분 공유했다.
당시 경기도의회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의 협조 없이 도정 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기인했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남 지사의 연정 실험은 3년 만에 막을 내렸다.
서울시 보건의료 분야 일익 담당 예고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직 수락은 연정의 시작이다.
안철수 대표는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거점 유세에 나서 “정권교체 교두보를 놓을 수만 있다면 목이 터지더라도 오세훈 후보를 백번, 천번 외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지난 25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참석한 안철수 대표에게 국민의힘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보내는 장면은 야권 전체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공동정부 구상이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범야권 통합 플랫폼과 연결돼 있음을 감안할 때 안철수 대표의 주가는 우상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오세훈 후보의 서울시청 입성이 확정될 경우 안철수 대표의 ‘서울시 공동운영’에서의 역할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코로나19 상황이 여전히 최대 화두이고, 안철수 대표가 의사 출신 정치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보건의료 분야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안철수 대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사협회 등 각종 의료단체를 잇따라 방문하며 의료 민심 다지기에 나서기도 했다.
안 대표는 출마선언 당시부터 “강력한 방역과 빈틈없고 확실한 보상을 통해 ‘의사’ 안철수가 코로나19 확산을 빠른 시일 내에 확실히 잡겠다”고 밝혔다.
실제 그는 올해 초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가 1차 대유행하던 당시에 코로나19 전담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으로 내려가 수일 동안 의료봉사 활동을 이어갔다.
또한 서울 남산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를 방문해 운영 현황 점검 및 보라매병원 파견 의료진을 격려하고, 서울시청 코로나19 검사소에서 봉사활동 등 ‘의사 안철수’ 이미지를 강조했다.
다만 연정 파트너인 오세훈 후보가 ‘개인 건강을 책임지는 서울시’를 기치로 웨어러블기기를 활용한 건강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원격의료’에 민감한 의료계의 반발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의사 출신인 안철수 대표가 오세훈 후보의 보건의료 공약에 얼만큼 보조를 맞추는지 앞으로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