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수 대학병원 원장들이 국회 의사면허법 강행 처리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했다. “의사 무시하기, 의사 길들이기” 등 원색적 표현까지 써가며 병원계 정서를 전했다.
대학병원 원장들이 의료 현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한 목소리를 낸 것은 지난 2020년 의료계 총파업 이후 3년 만으로 이번 법안들에 대한 병원계 반감의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이들은 특히 "의사 총파업 등 극한 상황까지 가지 않기를 바란다"며 최종 입법이 이뤄질 경우 대학병원들도 투쟁 카드를 동원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대한병원협회는 1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인 면허취소 강화법 및 간호법 등 국회 본회의 직회부 결정을 강력 규탄했다.
이 자리에는 대한병원협회 윤동섭 회장(연세의료원장)을 비롯해 국립대학병원협회 김연수 회장(서울대병원장),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 윤을식 회장(고대안암병원장),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 유경하 회장(이화의료원장), 대한병원협회 신응진 정책위원장(순천향부천병원장) 등 수도권 대학병원 원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 병원장은 “민생 해결에 매진해야 할 국회는 2020년 의사파업 이후 의사 무시하기 또는 의사 길들이기 식으로 대응하며 의사면허법 등과 같은 무리한 법안을 다수 발의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가 졸속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민건강 수호를 위해 헌신해 온 의료인들의 땀과 눈물을 매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원장들은 특히 의료인 면허 취소 강화법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병원장들은 “의료인에 대한 범죄 유형과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범죄로 면허취소 사유를 확대한 것은 타 직종과의 형평성에도 위배된다”고 힐난했다.
이어 “개정안 대로라면 형 집행 이후 수년 간 의료인 면허를 박탈 당하게 된다”며 “이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협은 물론 살인, 성범죄 등 반인륜적, 반사회적 범죄에 대한 의료인 면허취소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했다.
다만 업무 연관성이 없는 교통사고 및 금융사고 등과 같은 민‧형법상 과실로 인해 의사면허가 박탈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강조했다.
병원장들은 “의사도 평범한 인간으로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과실로 의사 자격을 박탈한다는 것은 타 직종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법이 강행될 경우 의료공백이 커져 환자들 생명과 안전에 커다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장들은 간호법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반감을 피력했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위헌적 요소 등에 대한 지적이 있었음에도 무리하게 추진 중인 것은 과잉입법이라는 지적이다.
대한병원협회 윤동섭 회장은 “절차적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안이 특정 직역의 이익만을 위해 통과된다면 의료계는 반목과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간호법은 직종 간 업무범위 침탈, 의료체계 붕괴 등 여러 부작용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며 “충분한 검토 후 재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병협은 13개 보건의료연대 소속 단체들과 함께 의사면허법과 간호법 제정안 철회를 위해 적극 대항할 것”이라고 투쟁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