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이슬비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간호법 및 의사면허법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결정했다. 다만 비대위를 이끌 위원장은 선출하지 못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8일 협회회관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비대위를 구성키로 했다. 대의원 242명 중 160명이 참여했고, 성원 충족으로 회의가 성립됐다.
이날 임시총회 주요 안건은 '더불어민주당 폭거에 대한 투쟁 선포식'과 '간호법·면허박탈법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이었다.
간호법 및 면허박탈법 대응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안건은 격렬한 찬반 논쟁 끝에 찬성 99표, 반대 68표, 기권 4표로 가결됐다.
비대위 찬성 의견을 밝힌 한 대의원은 "이필수 회장은 투쟁보다 협상을 선호하지만 세상이 성숙하지 않다. 게다가 베이비부머 세대 에너지가 소진돼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의원은 "국회에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강경 대응을 위해 임시총회를 한다고 언론이 보도했는데, 부결되면 내부 단합조차 안 되는 집단으로 보일 것"이라고 피력했다.
반면 의료현안협의체 등 정부와 의료계가 필수의료 등 현안을 풀어가고 있는 상황인 만큼 변화보다는 현 집행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비대위원장 선출 향후 결정…결의문 채택 "총파업도 불사"
비대위 구성과 함께 비대위 위원장 선출 및 운영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직선제로 위원장을 뽑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투표 결과 찬성 69표, 반대 80표로 운영위원회로 공이 넘어갔다.
박성민 의장은 "오늘 비대위원장을 선출하면 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회원들에 대한 피선거권 제한이라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방식은 향후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비상 시국이라고 모였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는데, 비대위 위원장을 안 뽑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문했다.
좌훈정 대의원도 "오늘 결정을 안 하면 차후 궐기대회 회원 동원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비대위원장을 오늘 임시원총회에서 뽑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대위 위원장에 소청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앞으로 후보가 더 늘수도 있다.
임현택 회장은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고 꺼리는 비대위원장이 선출돼야 한다. 저는 그 역할을 맡고 싶다. 자신한다. 비대위가 마무리되는 순간 책임을 물어달라"고 포부를 밝혔다.
주신구 회장은 "비대위원장 선거가 차기 의협 회장 선거와 연결되지 않는 게 합당하다. 투쟁 순수성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저는 욕심이 없고, 투쟁에 온전히 힘써 회원들에게 선물을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박명하 회장은 “서울시의사회는 투쟁 선봉에 섰다. 민주당 폭거에 참담한 심정이다. 야합하지 않겠다. 올바른 판단력, 집요한 추진력, 강력한 투쟁력으로 난국을 타개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의협 대의원들은 이날 비대위를 중심으로 간호법, 의사 면허취소법 철폐를 위한 투쟁에 나서겠다는 결의문도 채택했다.
대의원들은 "간호법과 면허박탈법은 위법할뿐만 아니라 회원 권익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의료를 분열시켜 국민 생명 보호에 큰 위협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수 의사에 따라 현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강력한 비대위를 구성해 투쟁에 나선다"며 "간협에 동조해 이번 사태를 주도한 민주당의 입법 폭거를 선거로 반드시 응징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투쟁에 나선 우리 의지를 시험하거나 꺾으려 한다면 총파업도 불사하는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비대위를 신속하게 구성해 강철과 같은 의지로 역경을 극복하겠다"고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