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동맹휴학이 2주일 이상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와 야당 정치권, 사직 전공의, 현직 의사, 시민단체가 한 자리에 모여 이번 사태와 이번 사태의 불씨를 당긴 의대 정원과 관련한 해법을 모색했다.
국민과 의사와 간호사, 시민이 참여하는 ‘국민참여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의료공백 사태를 해결하고 올바르게 의대 증원을 추진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상황은 의사들 집단 진료거부 아니다" 주장 제기
반면 현재 상황은 ‘집단 진료거부’가 아닐 뿐더러 공공성이 부족한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정책 자체는 동의할 수 없다는 주장이 맞섰다.
녹색정의당은 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의사 집단 진료거부와 의대 증원 긴급좌담회’를 주최했다.
좌담회에는 ▲녹색정의당 김찬휘 공동대표·양경규 의원·나순자 노동부대표 ▲류옥하다 前 대전성모병원 전공의 ▲정운용 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후보 ▲조승연 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등이 참석했다.
김찬휘 녹색정의당 공동대표는 “의사를 늘리는 것은 맞지만 의사를 시장에 공급하는 정책만으로는 의료공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강(强) 대 강(强)’ 대치를 해결하려면 의사, 전공의, 간호사, 보건의료노동자, 시민이 모여 대화해야 한다”고 좌담회 취지를 밝혔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인 류옥하다씨는 토론회 시작 전 소신을 밝혔다. 토론회 제목에 ‘집단 진료거부’ 자체를 지적했다.
류옥 씨는 “현재 의사는 집단 진료거부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다수가 윤석열 정부에 실망해 사직 물결이 인 것이다”며 “강대 강 대치도 아니고 독재 윤석열 정부와 을인 전공의와 환자만 있을 뿐이다”고 비판했다.
“선배 의사들은 회색지대 가있다”
우선 의료계 인사들 사이에서도 주장이 엇갈리며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류옥하다 씨는 “구조적 개혁 없이 일방적인 증원은 영리화를 가속화한다”고 정부를 비판하면서 선배 의사들을 향한 쓴소리도 던졌다.
그는 “선배의사들은 달콤한 ‘회색지대’로 갔다. 실손보험을 이용해 도덕적 해이를 일삼고 대리수술을 한 것도 사실이다”며 “선배들이 죄를 지어 의사들이 이러한 비난을 마주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티없이 깨끗한 사람들인데, 이들이 필수의료분야에 근무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은 류옥하다씨 말에 공감하면서 사과했다. 의사를 채용하고 또 사직서를 받는 입장인 조승연 원장은 현재 의료계 내부에서도 상당한 이견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원장은 “인턴·전공의·전임의·교수·대학병원·요양병원·중소병원·대한병원협회 입장이 모두 달랐고 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한 수치도 모두 달랐다”면서 “의사 파업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됐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 확충은 이번에 성공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도 “숫자를 정하는 것은 정부 역할이지만 진료지원인력(PA) 문제, 해외의사 수입 문제 등 정책 제안에서 디테일한 부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정운용 제42대 의협 회장 후보(부산경남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는 “일관적으로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지만 공공영역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며 “공공적이지 않은 영역이 관철되면 현재 의료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의대정원이 허구적이고, 상업화를 위한 것이라면 낮은 단계부터 투쟁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공의들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
前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인 나순자 녹색정의당 노동부대표는 ‘국민참여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의대 정원은 찬성하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료계와 정부 간 대화로만 풀어나가는 것도 문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나 노동부대표가 구상하는 국민참여공론화위원회는 의료계 안(案), 정부 안, 시민단체 안 세가지를 놓고 충분히 토론해 국민투표를 50% 반영하고 국민참여단 여론을 50% 반영하게 된다.
그는 “전공의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장(場)이 열리기 때문에 이 위원회를 구성하면 현장으로 복귀하고 참여해 여기서 설득해달라”며 “다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승복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당장은 의대 정원을 확정시켜 다음의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필수의료 기피, 의료비 증가 등의 유일한 해결 방안은 의대 증원이고 20년 전에 줄이고도 못 늘린 정부와 이를 용인한 국민도 책임이 있다”고 일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