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불특정 다수가 찾는 의료기관이 폭행에 얼마나 취약한지, 의료인이 어떤 위험에 처해있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의료기관 내 폭력 근절을 위한 입법화에 다시 집중하고 있다. 현재 19대 국회에는 민주당 이학영 의원[사진]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사실, 의료인 폭행방지법은 지난 18대 국회에서 활발히 논의된 바 있다. 하지만 환자‧시민단체가 제기한 다른 법률에 따른 폭행‧협박 범죄자와의 형평성 문제, 의료인에 대한 특혜 논란 등이 일며 관련 내용이 응급의료법에 반영되는 선에서 논의가 그쳤다.
“18대 때 논의는 목적에 비춰 충분하지 않아”
이학영 의원은 “18대 때의 논의는 법안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관련 내용을 응급실에 한정한 것으로는 발의 목적에 비춰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그는 “최근의 의료인 폭행은 일반 진료를 하는 의원급에서도 폭넓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환자에게 난자당한 의사의 경우도 개원의로서 진료실에서 통상적인 진료를 하던 중 끔찍한 일을 당했다. 18대 국회의 입법 역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지만 법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부족함이 있었다고 판단돼 다시 발의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특히 그는 응급실을 운영할 정도의 규모가 아닌 중소병원에서의 폭행에 주목했다.
이 의원은 “통상 응급실을 운영할 정도 규모의 의료기관은 보안요원이나 청원경찰 등 자체 인력을 운영하고 있어 그나마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는 반면, 중소 의료기관의 경우는 무방비 상태다”라며 현실을 짚었다.
“의료인 특권을 위한 법이 아닌 환자 보호를 위해 꼭 필요”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살펴보면 ▲의료행위 중인 의료인을 폭행·협박하는 행위 ▲의료기관의 의료용 시설·기재·약품, 그 밖의 기물 등을 파괴·손상하는 행위 ▲의료기관을 점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 처해지도록 했다.
18대 때 논의됐던 법안과 비교해 보면, 법 적용 대상에서 의료기간 종사자를 뺀 것 말고는 그대로다. 가중처벌, 의료인 특권법 등 18대 때의 쟁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은 자신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날선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의료인에게 가해지는 폭행은 우발적인 경우도 있지만 전술한 사례와 같이 흉기까지 미리 준비해 저지르는 계획범죄도 있다. 결코 개정안이 규정하고 있는 형량이 과중하다고 일반화할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이는 개별 사안에 따라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우발적 폭행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설명 부족, 권위적인 태도 등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는 환자단체 주장에 대해서는 “입법 목적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은 “의료기관별 서비스 질의 상향평준화는 별도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며 개정안의 취지와는 무관하다. 진료 중 폭행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낄 때 정상적인 진료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며 의료기간 내 폭행의 피해자는 의료인 뿐 아니라 환자이기도 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법안 발의 목적과 개정 필요성에 있어 의료인 보다 환자에 더욱 강한 방점을 뒀다.
실제 그는 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되는 회의 때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환자의 진료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의료인들이 속수무책으로 폭력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아울러 이 같은 폭행으로 발생하는 진료 방해로 인해 환자의 건강권도 위협받고 있다”며 의료인 뿐 아니라 의료기관 내에서 환자가 누려야 할 권리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이번 개정안은 의료인에게 특권을 주자는 것이 아닌, 환자 보호를 위한 법”이라며 개정안을 ‘의료인 폭행방지법’이 아닌 ‘환자 건강권보호법’으로 재정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