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절차는 의사들이 원했던 사안이다'
추호경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
2014.11.23 20:00 댓글쓰기

지난 주 의료계의 눈과 귀는 국회 본관 6층에 쏠렸다.

 

11월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는 의료분쟁 조정절차를 자동개시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오제세‧신경림 의원)’을 심의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故 신해철씨 사건을 계기로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고, 그래서 의료계는 더욱 긴장했다.

 

법안 상정 소식이 전해진 후 의료계는 적극적으로 반대입장을 피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피당사자의 권리 침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서울시‧충남도의사회는 새누리당 이명수 법안소위장에게 법안 통과 보류를 요청하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의 수장은 중재원에 대한 의료계의 신뢰를 당부했다. 환자와 의료계 모두를 위한 중재자 역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의료계는 "자동조정 개시" 환자단체는 "원용 금지" 

 

추호경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사진]은 “의료계가 조정절차 자동개시를 반대하고 있지만 사실 조금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운을 뗐다.

 

그는 “조정절차는 환자가 아닌 의사가 요청한 사안이다. 지금와서 조정 참여를 악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사실, 환자와 의료계는 의료사고 입증책임이 어느 쪽에 있느냐를 두고 오랜 세월 갈등을 빚어왔다. 법에서는 원고에게 피고의 유책을 증명토록 하고 있어, 의료소송에서 불리하다고 여기는 환자측은 입증책임 전환을 요구해왔다.

 

의료인들은 항소와 상고로 이어지는 의료소송에 수년씩 매달려야 했고, 이 때문에 의료소송에 한 번 휩싸이면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보장받지 못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정기구를 설립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23년 간의 논의과정을 거쳐 ‘의료사고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의료사고 입증책임이 의료중재원에 부여된 것이다.

 

추호경 원장은 “의료인들은 입증책임이 중재원에 있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도 “환자 피해구제에만 초점을 두는 소비자보호원과 달리 의료인에 좋은 진료 환경을 구축해주는 것 역시 우리의 목표”라며 의료계를 안심시켰다.

 

이어 그는 “법안 제정 당시 의료계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 하기 전 모든 의료분쟁이 중재원을 거치도록 할 것을 주장했었다”며 "개정안에는 환자가 악의적으로 중재를 신청할 경우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문도 열어놓은 상태"라고 소개했다.

 

또한 그는 “지금도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중재 참여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동개시 압박은 더욱 커질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제도 활용을 독려했다.

 

사실, 이날 국회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은 의료계뿐만이 아니었다. 환자단체 역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 심의를 지켜보고 있었다.

 

환자단체가 집중한 것은 중재 자동개시와 더불어 '원용금지' 조항이다.

 

해당 개정안에는 중재 과정에서 얻은 자료나 발언 등을 소송에서 원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환자단체에서는 결정적 증거를 소송에서 활용하지 못하게 돼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추 원장은 "원용금지 조항이 오히려 조정절차를 활발하게 할 수 있다. 조정 과정에서는 양측의 타협이 가능한데, 만약 타협을 위한 발언이 소송에 이용된다면 그러한 발언을 꺼낼 수 없게 된다"며 "민사조정법에서도 조정 절차에서 한 진술은 소송에 원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추 원장은 해당 개정안을 두고 의료계와 환자 모두와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신뢰 부족을 꼽았다. 그렇다면 그가 내놓은 해법은 무엇일까. 바로 감정 기능 강화다.

 

지금까지 환자와 의료계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은 감정 결과가 양측 모두를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양측이 감정 결과를 수용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의미의 중재가 이뤄질 수 있고 그것이 중재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추 원장은 “더 많은 감정위원을 확보해야 한다. 현행법상 감정위원이 50명에서 100명으로 규정돼 있다. 그 중 의료인은 40명 안팎이다”라며 “감정인 수를 늘려 세분화된 분과 전문가들이 활동해 보다 정확한 감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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