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급여화 정책이 시행된 이후 일선 현장의 의사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정부는 사례를 수집해 개선점이 있다면 보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정책은 시작됐다."
정부의 초음파 검사 급여화를 둘러싼 의료진들 원성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
대한신경초음파학회 이용석 회장은 17일 백범기념관에서 개최된 학술대회에서 기자와 만나 "관행수가에 턱없이 부족한 수가로 초음파 검사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9월 1일부터 4대 중증질환인 암·뇌혈관·심장·희귀난치성질환 등이 의심돼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는 경우 연간 1회에 한해 건강보험 적용을 인정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폐지 등 궁지에 몰린 병원들에 그나마 숨통을 트여줬던 초음파마저도 이제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초음파에 의존하는 비중이 비교적 큰 대학병원들 입장에선 새로운 기계 구입이 예전만큼 녹록치 않을 것이고 뇌 질환 치료에 있어 혼란은 갈수록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어 "정부의 보장성 강화 추진이 2라운드에 들어서면서 의사들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병원들이 생존은 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주요 선진국에선 초음파가 여전히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초음파는 반드시 진단 및 치료에 있어 필요한 도구이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내리막길로 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회장은 "어떠한 정책을 시행하는데 있어 그에 맞는 보전을 해줘야 하는데 초음파 수가는 50% 미만으로 해놓고 의료의 질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성토했다.
"수가 인하시키면서 기준 모호하게 설정해 의사들 우왕좌왕"
초음파 수가를 인하하면서 가장 큰 문제는 기준을 모호하게 설정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삭감 피해를 걱정하면서도 시행해야 하는지 우왕좌왕하는 분위기가 빈번하게 연출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타 질환 진료와 비교했을 때 범위가 광범위한 뇌졸중 전공 의사들에게는 그 피해가 직격탄으로 돌아온다.
더욱이 이 회장은 "심장, 암과 같은 다른 질환에 대한 진단은 비교적 정확하게 구분지을 수 있거나 간단한 약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뇌졸중 분야는 범위가 넓다. 병명 코드, 중증 여부, 산정특례가 따로 있다보니 모순 그 자체"라고 꼬집었다.
뇌졸중이 의심되는 환자는 급여가 인정되지만 만약 진단을 통해 확진 판정이 나오면 급여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용석 회장은 "정부가 당초 초음파 수가 인하를 추진하면서 설계한 금액 규모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장성 강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초음파 급여화 결정 당시에도 모든 것이 기습적으로 이뤄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에 따르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초음파 수가 인하라는 정책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현장의 의사들은 말 그대로 혼란 그 자체라는 것이다. 지금도 이 같은 분위기가 곳곳서 감지된다.
이 회장은 "비급여로 초음파를 검사해야 하는 경우 의사들이 검사가 필요함에도 환자를 설득하기 쉽지 않다"며 "결국 필요한 검사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