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전문가평가제가 5월부터 전국 8개 시도에서 확대 시행되는 가운데, 시범사업 주요 주체인 보건소와 구의사회가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나섰다.
전문가평가제가 의료계 자율징계권 확보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보건소와 의사회 간 자료공유 문제부터 구체적인 처분범위까지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사회는 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출범식을 개최하고 향후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서울시 각구 보건소장은 전문가평가제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제도적 지원이 가능할지는 의문을 표했다.
임옥용 종로구보건소장은 “전문가평가제 취지를 좋지만 보건소가 의사회와 서류를 공유하고 민관이 공동으로 조사를 할 법적근거가 없다”며 “이 때문에 광주 등에서 실시한 1차 시범사업에서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자율평가 대상으로 의료인 품위손상 외의 것이 포함되는 것도 문제다. 시범사업인 만큼 의료인 품위손상에 대한 부분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법적근거를 갖고 어느 선까지 평가를 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시범사업 평가대상은 ▲의사면허 결격사유에 해당되는 경우 ▲의사 품위손상행위 ▲무면허의료행위 ▲환자유인행위 ▲의료인 직무 관련 비도덕적 진료행위 ▲기타 전문가평가단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항 등이다.
이희영 광진구보건소장도 “그간 시범사업에서 자율평가 건수가 적었던 것은 보건소 공무원이 민간에 개인정보를 줄 수 없기 때문”이라며 “특히 사안이 크면 클수록 의사회에 정보를 주기는 쉽지 않다. 보건소 직원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소장은 “의사회가 보건소의 정보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각 구마다 자율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각구 의사회에서 사무장병원이 의심되는 곳을 조사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이 단지 자율평가 건수를 늘리는 데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현성 은평구보건소장은 “시범사업의 성과를 건수로 이야기하는데 위생단속의 경우 단속을 많이 하면 실적이 좋지만, 건수가 꼭 잘하고 못하고를 의미하진 않는다”며 “보건소에 의뢰를 얼마나 했는지보다 의사회가 자정하려는 노력을 했다는 지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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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선언" 의사회 "지원 약속" 복지부
이번 시범사업의 또 다른 주요 당사자인 구의사회는 "전문가평가제에서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에서는 전문가평가단이 1차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평가단만으로 조사가 어려울 경우 보건소에 협조 요청이 가능하다.
조문숙 노원구의사회장은 “서울시의사회가 양날의 검을 들었다. 우리는 스스로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며 “민원이 접수될 만한 의사들을 실제로 보는데, 적어도 내 편 감싸기는 경계해야 한다. 시범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객관적인 조사와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홍보 중요성도 제기됐다. 자율징계권 부여와 관련해 홍보가 이뤄진다면 의사회가 적극 참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임영섭 서대문구의사회장은 “회원들이 이번 시범사업으로 의사들이 바라는 자율징계권을 얻을 수 있는지 궁금해 한다”며 “양날의 검이라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자율징계권 부여가 가능하다면 구의사회 차원에서도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창용 종로구의사회장도 “회원들에게 전문가평가제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확실히 징계 대상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잘 홍보해야 한다”며 “의사회 차원에서도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손호준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조사라든지 자료 공유 등은 법적인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렇기에 시범사업을 하는 것"이라며 ”이번 시범사업으로 자율징계권이 부여될 것이라는 확답은 못 하지만 그러한 취지로 시행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