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의료계 자율징계권 확보를 위한 단계인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와 전문가평가제 모두 한계가 분명한 만큼 독립된 면허관리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기영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합리적 의사면허제도 개선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이 같이 밝혔다.
현재 의료계 중앙단체인 의협은 의사회원이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자체적으로 징계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다만,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이하 중윤위)가 보건복지부에 징계를 의뢰하고 행정처분 결과를 기다릴 뿐이다.
이에 임 교수는 의협 중윤위의 징계 수위와 강제성 등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의협 중윤위는 최고 징계가 회원 자격정지 3년에 불과해 실질적인 징계가 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중윤위의 권위가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해도 피드백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또한 “징계를 하고자 하는 회원에 대해 민형사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개입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고, 징계 대상자가 반발하거나 비협조적일 때 절차를 강제할 수단도 없다”고 꼬집었다.
자율징계권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출범한 전문가평가제(이하 전평제) 시범사업의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임 교수는 “전문가평가단은 시도의사회와 독립성 문제가 있으며 조사부터 청문, 판정에 이르는 자율규제 과정 중 전평제의 업무는 어디까지인가도 불분명하다”며 “전평제의 역할 범위와 임무에 대한 합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단 간 평가 척도 차이를 해소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결국 독립 면허관리기구 설립이 궁극적 해결책으로 이를 위해서는 전평제와 중윤위를 독립면허관리기구로 발전시키기 위한 청사진 하에서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면허 관리를 위한 별도 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명진 한국의약평론가회 총무이사는 “면허관리기구의 설립과 영역, 역할 정립에 많은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며 “각종 법안과 의사면허 전문성에 관련된 사안들을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별도의 의사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총무이사는 “의사법의 도입단계로 의료인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필수 역량관리를 위해 의사면허 등록법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를 직접 진료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범죄행위를 한 의사나 신체적 결함, 인지장애를 가진 이들을 걸러낼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의협은 의사면허관리기구가 자율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해영 의협 법제이사는 “전문가단체의 회원에 대한 자율규제는 전문가 영역의 특수성을 보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정부는 전문직의 자발적 참여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적극적인 조력자 역할을 수행해
각종 모순 발생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법제이사는 “의료광고심의위원회가 구성되고 보기 싫은 의료광고들이 스스로 사라졌다”며 “전문가들에게는 자율성이 필수적이다. 의사들이 생각보다 도덕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법조계도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요구와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두륜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현재 의료인 품위손상에 대해 의료단체의 징계요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단체의 요구에 정부가 응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이를 수정해 의료인 단체에서 징계요청을 했다면 정부가 가부와 함께 그 결과를 통보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통해 신뢰 회복 필요”
보건복지부는 의료계 자율징계권 확보를 위해서는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통한 신뢰 회복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손호준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법으로만 의료인 징계를 하는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결국 법과 제도 이외에 전문가들의 자율적인 권한이 보장돼야 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 과장은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은 의료계가 신뢰를 얻고 자율징계권을 강화해가는 단계가 될 것”이라며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성과를 낸다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요청에 대해서는 복지부 내에서 다뤄지는 행정처분이 많다는 인력적인 문제를 호소했다.
손 과장은 “중윤위에서 의뢰한 징계요청에 제대로 피드백을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1년에 400건이 넘는 행정처분이 이뤄지다보니 담당 직원이 10명이 넘지만 피드백이 빨리 가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