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의료계와 한의계의 의료일원화 논의가 또 다시 파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에서 추진하는 의료발전위원회 구성도 불투명해지는 모습이다.
당초 복지부는 이르면 5월 내, 늦어도 내달까지 의료계와 한의계, 정부가 참여하는 의료발전위원회 구성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는 지난해 의한정 협의체에서 논의한 부분으로 당시 합의문 초안에는 ‘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대한한의학회와 관계기관 전문가가 참여하는 의료일원화 통합을 위한 발전위원회(의료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의료일원화 로드맵을 구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해 의료일원화 추진이 의사와 한의사 기존면허자 문제로 불발됐지만, 의료발전위원회는 예정대로 출범시켜 의료일원화에 대한 재논의를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의협이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엑스레이와 혈액검사기를 사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의료일원화 재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한의협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범한의계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혈액검사와 엑스레이 활용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의협이 한의협 방침은 명백히 불법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시도하는 한 의료일원화 논의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김교웅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장은 “한의협이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의료일원화에 대해 논의할 의료발전위원회 구성은 어렵다”며 “설사 의료발전위원회가 구성되더라도 한의협을 빼고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불법인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것은 너무도 치졸한 방법”이라며 “전문가 단체의 장이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의협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방침이 국회와 정부를 무시한 처사라는 점도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최근 의료일원화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해 의료계와 한의계 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한 바 있다.
이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 이기일 정책관은 “지난해 의한정협의체에서 기존 면허자에 대한 내용에는 이견이 있었지만 2030년까지 의료일원화 추진과 의료발전위원회 구성에는 다 동의했다”며 “이를 위해 의료발전위원회를 조만간 구성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의계가 엑스레이와 혈액검사기 사용을 하겠다는 것은 국회와 정부를 무시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토론회도 개최하고 복지부에서도 노력하고 있는데 이번 기자회견은 국회와 정부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국민을 생각하지 않은 이익집단의 논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한의협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경우 법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의협은 불법 한방의료행위에 대한 신고센터도 운영 중이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한의협이 엑스레이와 혈액검사기를 사용할 경우 우리는 우리대로의 대응을 할 것”이라며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해 보건당국도 가만히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미래세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한의협이 사심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라며 “이렇게 되면 국민적 동의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