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0일부터 시작된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동맹휴학에 이어 의과대학 교수들도 정부의 의대 증원 반발에 가세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정부가 지정한 복귀시한인 2월 29일 경과 후 미복귀 전공의들을 처벌하겠다고 밝히면서, 교수들은 “제자를 보호하겠다”는 일념 아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리고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모습이다.
현재까지 의대 교수회 차원의 비대위를 꾸리고 공식 입장을 낸 곳은 서울의대, 울산의대, 충남의대 등이다. 이밖에 경희의대, 분당서울대병원, 고려의대 교수들도 성명문을 발표하고 정부에 경고했다.
이달 3일 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 등 3개 병원을 교육협력병원으로 두고 있는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정부를 향해 협상자리에 나오라고 요구했다.
비대위는 “정부의 일방적이고 비현실적인 의료정책 발표에 실망해 제자들이 사직한 후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면서도 “전공의 복귀가 요원한 현재 3개 병원 교수들은 한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어 “울산의대생, 3개병원 수련의·전공의가 무사히 돌아와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전문의가 될 때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가 있다”며 “그들을 겁박하는 사법처리가 현실화되면 스승으로서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예고했다.
충남대 의대·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교수 370여명도 지난 1일 비대위를 꾸렸다. 이들은 “휴학을 택한 의대생과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 고민에 깊이 공감하며, 스승으로서 그들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금의 사태는 미래의료를 책임질 의대생과 전공의가 의업(醫業)을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하고 싶게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충남의대 비대위 역시 정부 측에 대화를 제안하면서 “정부가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가자”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지난달 27일 법률 조직 구성 준비를 마치고 정부의 검사 파견 및 사법처리 준비 행보에 응수했다. 비대위는 “현재 전공의들의 의사 표현방식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면서 “이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협박할 것이 아니라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의대 교수들 간 소통채널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만나 대화하자”고 요청하면서 “지난 일주일 간 이어진 우리의 대화 요청과 이에 대한 정부의 화답에 희망을 걸었다. 가능성이 남아있으리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의대생·전공의에 조금이라도 피해 간다면 모든 수단 취할 것”
비대위를 꾸리지 않은 교수회 차원에서도 정부를 향한 경고장을 날리면서 제자 보호를 위한 ‘다음’ 단계를 예고했다.
경희대 의대 교수의회는 이달 3일 성명을 통해 “의대생과 전공의가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고 모든 수단을 다 취하겠다”고 밝혔다.
교수의회는 “정부의 무리한 증원은 의대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무시하고, 우리나라 의대 교육의 연쇄적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복지부는 의사를 국민의 적으로 만드는 적대적 프레임을 갖고 무리하게 정책을 강행 중”이라고 일갈했다.
2024년 3월은 대한민국 의대의 모든 교육이 중단되고 인턴과 전공의의 수련과 진료가 중단된 참담한 상황이라는 게 교수의회 진단이다.
고려의대 교수들도 젊은 의사들을 자극하는 일체 행위를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고려의대 교수의회는 지난달 28일 성명서를 내고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복지부 차관은 소송을 부추기는 언행을, 경찰청장은 전공의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발언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접적인 집단행동 의향도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는 지난달 28일 비상총회를 열고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집단행동 의향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이틀 간 진행됐으며, 재직교수 431명 가운데 293명(68%)이 참여했다.
그 결과, ‘전공의들이 면허정지·구속·면허취소 등 실제 사법조치를 당한다면 교수들이 전공의와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집단행동(겸직해제·사직서 제출 등)이 필요하다’는 데 84.6%가 찬성했다.
교수협의회는 “대부분의 교수가 의사로서 필수의료 현장을 지켜야 하지만 현 사태의 장기화로 한계 상황에 봉착했다”며 “이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교수들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인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