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의료인 코칭 '창업·우울증 극복·응급실 버티기'
기동훈 교수·박종석 원장 등 '의료인 미래, 변화와 트렌드' 포럼 강연
2022.08.01 11:55 댓글쓰기

“다양한 경로를 꿈꾸더라도 임상 경험을 쌓는 일은 가치 있습니다”

“의료인 번아웃,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극복 가능합니다”

“응급실 간호사는 의료인 역량을 꾸준히 길러야 합니다”


다양한 진로를 개척 중인 선배 의사·간호사들이 의료인 후배 및 지망생들에게 이같이 조언하고 나섰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제로헬스와 의예과·간호학과 커뮤니티가 공동주최한 ‘의료인의 미래, 변화와 트렌드’ 포럼이 31일 서울대치과병원에서 열렸다.  


행사에서는 약 200여명의 간호대생·의대생·간호사·고등학생 등이 참석해 눈을 반짝이며 질문을 쏟아내는 등 활발한 멘토링의 장이 펼쳐졌다. 


“디지털헬스케어 부상, 다양한 진로 꿈꾸되 임상 경험 쌓아야”


이날 기동훈 중앙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병원 밖에서 보는 의료인, 병원 안에서 보는 의료인’을 주제로 발표했다.


강릉교도소 공중보건의사로 본격 의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지난 2018년부터 의대생·의사 커뮤니티 플랫폼 기업 메디스태프를 이끌고 있다. 또 의학드라마 자문 역할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기 교수는 “응급의학과 장점은 남는 시간에 여러 일을 도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라며 “과거 기존 시스템 안에서 내가 일한 만큼 나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새로운 진로 개척 계기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바이오 산업에 이어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으로 트렌드가 이동한 현재,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 및 플랫폼 스타트업 등으로 의료인력이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 교수는 타 직군을 꿈꾸는 예비 의료인에게 “국가자격을 따기 전부터 진로를 생각하면 재밌는 일이 늘어난다”며 “다만 기업이 단순히 의사·간호사라고 뽑지는 않는다. 보좌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면 채용을 꺼린다”고 실상을 전했다. 


이에 기 교수는 임상 경력을 충분히 쌓을 것을 조언했다. 그는 “나이를 먹을 수록 자격증만으로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어렵다”며 “젊을 때 임상경력을 어느정도 쌓으면 나중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나와의 약속 지켜내며 우울증 극복한 정신과 의사


주식에 빠진 정신과 의사 경험을 담아 화제가 된 책 ‘살려 주식 시오’의 저자인 박종석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자신이 겪은 우울증 및 극복 경험을 소개했다. 


우울증 전문 정신과 의사인 그는 가족의 빚을 떠안고 주식 투자에 실패, 밖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지도 못할 만큼 극심한 우울증을 1년 6개월 간 겪었다. 

 

긴 터널을 지나는 동안 박 원장은 자신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고, 매일 줄넘기를 하면서 차츰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는 “지난 2017년 5월부터 지금까지 매일매일 줄넘기를 하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고, 지난 5년 동안 나와의 약속을 한 번도 어기지 않은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일반인 뿐 아니라 의료진 번아웃도 심각해지고 있는 요즘, 그는 되려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사람이 번아웃과 우울증을 겪는 것이라며 독려했다. 


박 원장은 “병원은 워낙 폐쇄적이고 오랫동안 선배들에게 혼나다 보면 번아웃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정신에 문제 있는 사람이 정신과를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울증에 걸린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이 더 극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당장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바로바로 하고, 지금 번아웃 상태라면 꼭 동료 등 가까운 멘토를 찾아 공유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응급실은 매일 배울 수 있는 곳, 의료인 역량 강화 필수”


SNS에서 ‘사진찍는 간호사’로 활동 중인 이강용 서울대병원 응급실 간호사는 응급실 근무 환경을 소개하고 의료인으로서 자기개발에 힘쓰라고 역설했다. 


이 간호사는 “알다시피 응급실은 의료인 폭행사건이 비일비재하다”며 “그러면서도 가장 힘든 것은 누군가의 죽음이 일상이 되고 내가 점점 그에 무뎌진다는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그럼에도 6년째 응급실에서 버틸 수 있는 요소로 그는 다양한 임상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 간호사는 “응급실에는 모든 과의 환자가 다 오기 때문에 의사국시에서 배운 것을 모두 알고 있어야 하고, 매번 모든 과를 배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직이 잦은 응급실 간호사 특성 상 그에게도 이직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 그의 강연을 인상 깊게 본 외국계 의료기기사가 그에게 파격적인 입사 조건을 제안했지만 이 간호사는 “기계 옆이 아니라 환자 옆에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 응급실에 남았다. 


근무가 끝나면 시간을 쪼개 강의를 들을 정도로 자기 계발에 힘써온 그는 현재 5개국 언어를 하고, 미국·아랍 간호사 등 3개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응급실 간호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응급실에서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도 환자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도록 임기응변 능력 및 위트를 갖추면 좋다”며 “의료인으로서 최신 치료법 트렌드에 대한 업데이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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