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국내 최초로 설립된 의과대학 교수노조인 아주대 의대 교수노조가 우여곡절을 거쳐 첫 단체교섭을 마무리했다.
이는 지난 3월 정식으로 출범하고 5월부터 꾸준히 재단에 교섭 요구서를 발송한 후 3달 만의 성과로 국내에서 최초로 의대 교수들이 임금과 근로조건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주의대 교수노조 노재성 위원장(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지난 7월 4일 오후 6시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혁신학습실에서 단체교섭을 가졌다고 5일 밝혔다.
조합 측 대표위원은 당사자인 노재성 위원장(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이 맡았으며 법인 측 대표위원은 대우학원 이사장의 위임을 받은 오영택 의대 학장(아주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교수)이 맡았다.
노재성 위원장은 “2018년 의사노동조합으로 시작해 오늘 단체교섭의 자리를 마련하게 돼 기쁘다”며 “교수가 모여 스스로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점에 대해 조합뿐 아니라 의료원 교수 전체가 기뻐할 일이라고 감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교수노조는 이번 단체교섭을 통해 교섭일자와 위원 등 교섭원칙을 합의하고, 사측에 126항으로 이뤄진 단체교섭안을 제출했다.
단체교섭안은 총칙과 조합원 및 조합활동, 규정, 임금, 근무 및 휴가 휴직, 노사협의회, 조정과 중재 등 의대임상교수의 주 업무인 병원 업무를 반영해 일반 병원 사업장의 단체협약과 유사하게 이뤄져 있다.
노 위원장은 “항목이 많아 보이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아주대 병원의 보건의료노조와 병원간의 단체협약을 차용했다”며 “대학의 정관 및 의료원 규정 중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내용과 근로기준법과 근로자 참여에 관한 법률 등의 최저기준을 보충해 사측에서 거부할 만한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조합은 작업장내 필수 설치기구인 노사협의회를 통하여 의료원의 경영에 교수들이 참여할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미래에는 사내 복지기금 등을 설립해 교수들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1차 교섭은 교섭 원칙을 합의했으며, 오는 18일 열릴 예정인 제2차 교섭은 조합이 제출한 단체교섭안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재단의 입장을 청취할 계획이다.
교원노조 특성상 쟁의행위 금지 사안 등 극복 과제 많아
아주의대 교수노조는 첫 번째 단체교섭을 성공리에 마무리했지만, 교섭 과정에서 재단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다시 한번 확인하며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노재성 위원장은 “본교섭이 열리기까지 지난 4월 30일 조합 측이 단체교섭 요구서를 발송하고 나서 약 3개월이 걸렸다”며 “그동안 조합은 단체교섭 시작을 성사하기 위해 경기지방노동청에 진정을 두 차례 진행했으며 수원지방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토로했다.
이어 “의료원 체계임에도 사측 교섭대표자로 임금이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학장을 교섭대표자로 내세운 점 권한이 없는 병원 팀장급 행정직원이 교섭위원에 대거 포함된 점 또한 섭섭하다”며 "그동안 사용자 즉, 의료원 측의 비협조에 놀랐다"고 덧붙였다.
교원노조 특성상 단체교섭이 결렬될 경우 쟁의행위가 금지돼 있다는 점 또한 과제로 남아있다.
노재성 위원장은 “교원노조는 법적으로 파업 등의 쟁의행위가 금지돼 있다”며 “단체교섭이 결렬되면 교원노조법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을 요청하고 조정안에 대해 거부하면 같은 위원회에서 중재하게 되며, 중재결과는 교섭이 타결될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 교섭이 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