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오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서울백병원이 결국 레지던트 수련병원 지위를 포기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립공인법인 병원인 서울백병원은 서울 중심부에서 80년 넘게 진료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와 지속되는 적자를 버텨내지 못하고 뼈아픈 결정을 내리게 됐다.
17일 데일리메디 취재결과, 서울백병원은 연말 예정된 '2022년 전반기 레지던트 모집'을 진행하지 않고 인턴수련병원으로 전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와 함께 병원은 오는 11~12월 중 병상 수를 기존 208병상에서 150병상으로 축소키로 했다.
현행 전공의법은 수련병원 지정을 위해 ▲인턴 수련병원(100 허가병상 이상) ▲레지던트 수련병원(200 허가병상 이상) 등의 기준을 충족하도록 한다. 또 같은 법은 해당 병원이 원할 경우 수련병원 지정을 취소할 수 있게 한다.
서울백병원이 계획대로 병상수를 축소하면 레지던트 수련병원 지정 기준에 미달하게 된다. 이에 따라 내년 2월까지 해당 전공의들의 이동수련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레지던트 수련을 중단하게 된 것과 관련해 구호석 병원장은 지난달 말 병원 임직원을 대상으로 담화문을 발표했다.
담화문에서 “교육기관으로서 갖춰야 할 기준들이 높아져가는데 반해 우리병원의 경영상태는 점점 어려워져만 갔다”고 운을 뗀 그는 “전공의 수련병원이라는 다소 무거운 짐을 덜어내면 선택과 집중의 여력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며 구성원들을 독려했다.
이어 “전문의가 직접 진료해 신뢰도를 향상하고 경쟁력 있는 과를 선정해 특성화시키려 한다"며 "변화된 의료환경에 발맞춰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하는 데이터 중심병원으로 변모하겠다”고 약속했다.
병원은 내부적으로는 이미 전공의 공백사태에 대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각 진료과와 병동별 전담간호사를 확대 운영하고,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밖에 신속대응팀의 적극적인 활용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오랫동안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서울백병원은 백중앙의료원의 모체 병원이다. 무사히 경영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병원계에 따르면 서울백병원은 지난 10년간 1400억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떠안고 있다. 지난해에는 백중앙의료원 산하 다섯 개 병원 중 가장 적은 의료수입을 기록했다.
경영난이 지속됨에 따라 앞서 지난 2019년 병원은 2020년부터 레지던트 모집을 하지 않고 인턴만 선발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전공의들이 반발했고 교수들 또한 재단 측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공문을 전달하며 수련병원 지위를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진통 끝에 서울백병원은 그 해 정상적으로 전공의 모집을 진행했다.
그러나 2020년 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는 레지던트를 제외한 인턴만 선발했으며, 지난 13일 마감된 2021년 후반기 전공의 모집은 아예 진행하지 않는 등 사실상 단계적으로 선발 축소 수순을 밟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