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국내 의료기술이나 서비스는 이미 의료 한류 등으로 알려지며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지만 국가적인 바이오 메디컬산업 발전에 기여할 ‘의사과학자(MD-PhD)’ 양성은 부족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김종일 서울의대 생화학 교수는 31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바이오메디컬 산업에서 의사 역할 증진’을 주제로 주최한 제15회 학술포럼에서 국내 의사 과학자 양성 사업 현황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의사이면서 충분한 기간 과학자로 훈련받은 자를 뜻하는 ‘의사과학자’는 바이오메디컬 산업이 유망산업으로 각광받으면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김종일 서울의대 생화학 교수는 “현재 의생명과학 연구에 참여하는 연구진은 비의사출신이거나 의대만 졸업한 생명과학·기초의학연구자거나 임상수련 과정만 마치고 연구 경험은 파트타임 임상 대학원 과정과 단기 외국 연수가 전부인 임상 연구자가 대부분”이라며 “충분한 임상 수련과 전일제 연구를 마친 경우는 희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바이오메디컬 산업은 의대에서 의사과학자가 기초연구를 임상연구로 연계하는 기초 임상 융합 연구가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또한 임상의사 경험과 연구에 대한 노하우 양쪽 모두를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학비 면제 및 장학금 지원하는 단기적 혜택과 실습 프로그램 선택 시 우선권 부여, 추후 레지던트 지원과 우선 선택 등 다양한 장기적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발표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매년 전체 의대생 약 4% 정도가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반면, 국내는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서울의대에서 기초의학(병리학, 예방의학 제외)에 남은 학생은 1명에 불과했다.
반면 전국의 인턴 및 전공의 17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의과 양성 사업을 시행할 경우 지원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135명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김 교수는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연구에 관심 있고 열정은 미국 학생들 못지않게 많다”며 “하지만 중·장기적인 혜택이 없고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인프라 등 제도상 불충분이 현재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 ▲전공의로 근무하며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연 3000만원 지원) ▲전일제 대학원 연구과정의 연구비 및 인건비 지원(연 1억원 지원) 등 크게 3단계로 구성된다.
김 교수는 “70년대 우수 인력의 이공계 진출이 ICT 산업 발전을 이끌었듯이 국내 최고 수준 인재가 배출되는 의과대학이 미래 바이오 메디컬 산업의 중추역할을 할 인력을 양성해야 할 시기”라며 “의대 입학 초기부터 연구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흥미를 유도하고 각종 지원책 및 다양하고 질 높은 연구 프로그램을 제공해 의사과학자 육성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현수엽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은 “정부는 앞으로 미래산업 이끌 혁신성장 빅3 중 하나를 바이오헬스로 상정하고 육성하는데 연구결과가 국민체감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 의사 과학자 참여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며 “학부생부터 연구에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올해부터 학부생 양성 지원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진료를 보는 의사가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연구사업 규모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라며 “현장 의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정부차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더 적극적으로 귀 기울여 듣고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