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2021년 전반기 레지던트 모집결과 일부 진료과가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해당 과 교수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표적인 비인기과로 여겨지는 진료과들은 물론 최근 몇 년 새 지원율이 뚝 떨어진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등은 올해 특히 아쉬움이 컸다.
수련기관 교수들은 열악한 근무여건과 수련 후 밝지 않은 전망이 전공의들 선택을 받지 못한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데일리메디 분석결과 지난 2일 마감된 ‘2021년 전반기 레지던트 모집’에서 80여개 수련병원들의 인기과, 비인기과 쏠림현상은 지난해 보다 심화됐다.
흉부외과(53%), 병리과(32%)와 같은 대표적 비인기과는 올해도 지원자가 정원에 크게 못미쳤다.
소아청소년과(33%)와 산부인과(72%)의 경우 필수과목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지원률을 보였으며, 지방 중소병원에서도 수요가 많았던 가정의학과(60%)도 미달 사태를 면치 못했다.
전통적 기피과의 경우 여전히 열악한 근무환경 등이 미달 원인으로 꼽혔다. 흉부외과는 수련과정이 다른 과보다 고되고 장시간 수술이 많은 만큼 근로시간도 준수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서울 A대학병원 교육수련부장은 “외과 몇몇 과들은 어려운 술기를 배워야 하고 수련과정에서 다른 과보다 몸이 힘들다”며 “진료과 특성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원이 어려운 과들도 여전히 인기가 낮다”며 “피부과나 정형외과 등 개원률이 높은 과는 올해도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기초과목이면서 매년 지원률이 급감하고 있는 소청과와 산부인과의 경우 저출산 세태를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은백린 이사장은 지난해 열린 학술대회에서 전공의 지원률 부족에 대해 이 같이 지적하며 “저출산 시대 소청과 전문의가 설 자리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역시 저출산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난 2008년 육성지원과목으로 지정된 바 있다. 교수들은 해당과들의 의료소송이 빈번해진 것도 모집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표적으로 최근 2심 판단이 나온 ‘분당차병원 신생아 낙상사고’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이대목동 신생아 사망사고’에서도 산부인과, 소청과 의료진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분당차병원 신생아 낙상사고의 경우 신생아를 떨어뜨린 의사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수도권 대학병원 B교수는 “신생아나 환아를 보는 과는 의료진의 보다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병원에 인력이 넉넉한 상황도 아니라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의료조정중재원에 따르면 지난해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의 조정신청건수는 각각 120건, 22건이다. 소청과의 경우 조정건수 자체는 적었지만 평균신청금액(1억9090만원)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이와 관련 김동석 (직선제)대한산부인과는 “최근 선의의 의료 행위 중 발생한 사고로 산부인과 의사가 6개월 교도소에 구속이 된 사건은 모든 산부인과 의사에게 정신적 충격을 안겼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출산과 저수가, 빈번한 의료사고, 과도한 배상 판결로 산부인과 폐원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키도 했다.
소청과와 함께 올해 유난히 저조한 성적을 보였던 가정의학과의 경우 ‘내과 3년제 전환’이 큰 영향을 받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방 C대학병원 교수는 “내과와 가정의학과 모두 지난해 미달이 났었는데, 올해 내과는 지원자가 정원을 넘어섰다”며 “내과 3년제 전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병원의 경우 올해 지원률을 높이기 위해 교수 당직을 늘리고 근무시간 준수도 엄수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했음에도 미달상황을 보면 근무여건 외 진료과 비전도 선택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